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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한 산세, 기암괴석, 울창한 산림… 바위 경연장
대구 달성군의 명산 비슬산
온 천지를 뒤덮은 채 괴롭히던 황사가 말끔히 사라져 쾌청한 날씨, 참꽃군락지와 바위로 유명한 대구 달성군의 명산인 비슬산을 찾았다.
봄에는 참꽃, 여름에는 야영 및 계곡,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 겨울에는 얼음동산이 있어 언제 찾아도 좋다고 알려져 있는 곳이다.
운이 좋으면 1997년부터 매년 4월말~5월초에 비슬산 정상 30여만평의 참꽃군락지와 비슬산 자연휴양림 일원에서 열려 전국에서 찾아온 10여만 명의 관광객과 등산객을 황홀경에 빠뜨린다는 비슬산 참꽃제를 볼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으나 며칠 전에 끝났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한 오랜만의 등산이라 비교적 무난한 비슬산자연휴양림에서 대견사지로 오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등산객들이 무리를 지어 자연을 음미하며 산행을 즐기고 있었다.비슬산은 대구광역시 달성군과 경상북도 청도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산 정상의 바위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남쪽으로 조화봉(1,058m)·관기봉(990m)과 이어지며, 유가사 쪽에서 올려다보면 정상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바위 능선이 우뚝 솟아 있다.매표소 조금 못 미쳐 소재사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무심결에 지나치지만 기어코 들어가 봐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 많은 성격에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다.
유가면 용리 비슬산 남쪽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사찰은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로 신라 때 창건되었다고 한다. 그 후 고려 공민왕 7년(1358)에 진보법사가 중창하였고, 세조 3년(1457)에 활륜선사가, 중종 5년(1510)에 선주외암선사가, 철종 8년(1857)에 법로화상이 중수했다. 유물로는 절 뒤편에 있는 달성용봉동석불입상(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5호)이 유명하다.
비슬산에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듯하다. 산등성이를 따라 정상 부근까지 이어지는 바위군들을 보노라면 산행의 어려움까지 잊을 만하다. 청소년수련장 앞쪽에 천연기념물 제435호인 비슬산암괴류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년~8만년전 지구상에는 마지막 빙하기가 있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기후는 빙하 기후대 주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빙하 기후대에 해당되며, 비슬산 암괴류는 이때 형성된 지형이다. 본 암괴류는 길이 약2㎞, 폭80m, 사면경사 15℃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암괴류이다.암괴류는 휴양림 계곡에서 시작돼 거의 정상부근인 대견사지 밑까지 이어진다.
농짝만한 바위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1만~8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무렵 당시 흘러내리다 멈춘 암괴류의 길이는 2㎞가 넘는다.본격적인 산행은 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1㎞쯤 오르면 나타나는 ‘비슬산쉼터’에서 시작한다.
이곳서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 포장도로는 약 2㎞의 임도로 조화봉 서쪽 능선 아래까지 이어진다. 등산로는 왼쪽길, 가파르긴 하지만 크게 부담이 되진 않는다. 대견사지 한쪽 끝 바위 위에서 하늘을 향해 선 삼층석탑이 보일때쯤이면 정상 부근의 임도에 닿는다.
오른쪽은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임도이고 대견사지는 왼쪽 방향, 위쪽 주능선으로 향하면 대견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으로 이어진다. 제2관찰소는 휴양림으로 향하는 임도를 따라 200여m를 가면 안내판이 나타난다. 이곳서 능선을 향해 5분 정도 오르면 애추(崖錐)지역이다.
부채꼴 모양으로 쌓인 바위들이 이색적이다. 층층이 쌓인 바위들이 비스듬히 능선에 꽂혀 빳빳하게 고개를 곧추세운 자세다. 누가 일부러 쌓아두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모습이….
이곳서 대견사지까지는 10여 분. 느릿느릿 바위들을 감상하며 걷기에 좋다. 대견사지는 토르(탑바위)라는 바위군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정상 부근 안쪽의 평원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이 제3관찰소다. 부처바위, 코끼리바위, 곰바위, 상감모자바위, 소원바위, 스님바위, 거북바위…. 온갖 기묘한 바위들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대견사지에는 9세기 신라 헌덕왕 때 창건된 절과 석탑이 있었으나 현재는 주춧돌과 석탑 1기가 남아 있다.
중국 당나라의 황제가 절 지을 곳을 찾고 있던 중 세숫물 아래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가 눈에 들어왔는데 비슬산 주봉에서 1Km정도 떨어진 곳으로 절을 지으니 대국에서 본 절이라 하여 대견사라 이름 지었다 하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현재 절은 임란 때 허물어져 버리고 빈터에 주춧돌과 석축만이 남아있으며 삼층석탑(유형문화재 제42호)도 허물어져 있는 것을 달성군에서 1988년도에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늘 끝에 선 듯 위태한 모습으로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기기묘묘한 바위도 그렇고 탑을 배경으로 펼쳐진 풍경도 그렇고 이곳에선 누구나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3층석탑이 서있는 서쪽으로 햇살에 반짝이는 낙동강이 유난히 아름답다.
그 주변으로 거칠 것 없는 현풍 앞들이 쫙 펼쳐진다. 대견사터를 에워싼 바위 사이로 난 계단을 오르면 좌우로 탁 트이는 시야가 시원스럽다. 눈앞으로 가야할 비슬산의 정상이 규모를 알 수 없는 바위 위에 우뚝하고 시야를 아래로 떨구면 참꽃군락지가 넘실거린다.
참꽃군락지를 끼고 능선을 따라가는 이 등산로는 완만하다. 참꽃이 허드러지게 핀 장관을 놓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군락지라도 보려고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이게 웬일인가? 꽃봉오리가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산에 올라오는 도중에는 시들어서 떨어지기 일보직전의 참꽃을 보았는데 계절을 잊어버린 불순한 일기와 산 아래와 위의 기온차이가 이런 현상을 만들었나보다.
경험이 많은 일부 등산객들은 꽃이 활짝 피려면 보름정도는 기다려야 될 것 같다고 했다.목적을 이룬 후 정상부근에서 먹는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집에서 손수 준비한 엄청 많은 양의 식사와 후식을 거뜬히 해치우고 가벼운 배낭을 메고 쉬엄쉬엄 내려왔다.
대부분의 산행이 그러하듯이 내려오는 길은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 오를 때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장중한 산세와 기암괴석, 맑은 공기, 울창한 산림 외에도 다시 휴양림을 찾아오라고 유혹하는 듯한 운치 있는 통나무집을 음미하며 화창한 봄날의 산행을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