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가본 산 - 이성부(1942~)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내 책장에 꽂혀진 아직 안 읽은 책들을 한 권 뽑아 천천히 읽어가듯이 안 가본 산을 물어물어 찾아가 오르는 것은 어디 놀라운 풍경이 있는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마냥 흘러가고픈 마음 때문이 아니라 산길에 무리 지어 핀 작은 꽃들 행여 .. 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2011.01.03
나팔꽃씨 - 장병근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녹슨 쇠울타리에 말라죽은 나팔꽃 줄기는 죽는 순간까지 필사적으로 기어간 나팔꽃의 길이다 줄기에 조롱조롱 달린 씨방을 손톱으로 누르다 깍지를 탈탈 털고 네 알 씩 여섯 알씩 까만 씨들이 튀어나온다 손바닥 안의 팔만대장경, 무광택의 암흑 물질이 손금을 빨아들.. 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2010.06.07
너에게 쓴다 - 천양희(1942~ )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 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2010.05.20
감포 - 함순례(1966~ )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태풍이 몰아쳐도 오봉은 달린다 포구의 꽃 김양은 거센 파도 밀려오는 선창에 스쿠터를 댄다 먼 바다와 맞장 뜰 일에 눈 벌겋던 사내의 어깨가 다방 커피에 녹아들다가 은근슬쩍 김양의 허벅지로 쏠린다 배들조차 서로서로 깍지 낀 채 스크럼을 짜는 폭풍전야 아가 어.. 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2010.05.10
신녕 굴곡저수지서 실종자ㆍ갤로퍼 차량 수색 신녕 굴곡저수지서 실종자ㆍ갤로퍼 차량 수색 영천소방서 119구조대 대구시 김모씨 시신 찾아 이영우 기자 ycn24@hanmill.net 영천소방서 119구조대에서 신녕면 쉼터휴게소 지나 군위 고로방향 굴곡저수지에서 3일 오후 5시경 실종자와 갤로퍼 차량을 찾았다. 사고자는 전날 잃어버린 지갑을 찾으러 갔다가 .. 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2010.05.03
섬- 복효근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 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2010.05.03
가슴의 서랍들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최승호 (1954~ ) 가슴이 있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공포와 비애와 우울과 불안, 고독과 절망과 그리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가슴 속에 들어있지 않은가 가슴이 있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렇다고 가슴의 서랍들을 다 빼버리고 텅 빈 가슴으로 살아갈 수도 없는 일 벽돌의 가.. 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2010.04.26
그런 일이 어딨노 경(經)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박규리(1960~ ) 하늘이 두 쪽 나도 당신은 내 맘 모를깁니더 땅이 두 번 갈라져도 당신은 내 맘 모를 깁니더 하, 세상이 왕창 두 동강 나도 하마 당신은 내 맘 모를 깁니더 이 가슴 두 쪽을 지금 쫘악 갈라보인다 캐도 참말로 당신은 내 맘 모를 깁니더 ……… 술 깼나 저녁 .. 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2010.04.19
! - 최영철 (1956~ )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오래 견딘 눈물 같은 것이었을까 주르륵 일직선을 그으며 떨어지다가 출렁, 한 방울 이슬로 맺혔다 저렇게 흘러내리다가 일순간 떨어지는 것들의 힘 처박히면서 똘똘 뭉쳐 바닥을 파고들며 작고 둥글고 깊게 정수리 한가운데 못을 박았다 누군가의 문장에 찍힌 너를 .. 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2010.04.06
참꽃 -안도현(1961~ )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저기 오는 봄 역적같이 오는 우리 봄을 보아라 얼음 겹겹 근심 쌓인 어깨를 벗고 기를 쓰고 능선을 넘어오는 참꽃 보아라 긴 싸움 끝에 그 쓰린 상처 위에 그리하여 눈물짓듯 덥썩 가슴에 와 안길 듯 차랑차랑 돋아나는 우리 사랑 보아라 설움도 눈이 부셔 나는 노래로.. 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2010.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