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찻잎 딴후 덖기, 부비기 반복… 녹차 완성
전날의 늦은 여흥으로 피곤해진 몸을 일으켜 평소보다 다소 이른 아침을 먹고 녹차 만들기 체험을 위해 숙소에서 화엄사 경내로 걸어 들어갔다.
휴일을 맞아서인지 화엄사에는 수많은 관람객들과 산사체험을 위해 찾아온 가족단위의 방문객 및 차 체험단 등 여러 부류의 손님들로 붐볐다.
화엄도예 김동근 사장의 인솔 하에 차 따기 체험에 나섰다. 1ㆍ2ㆍ3차로 나눠 채취장소가 정해졌지만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는 장소에 대한 호기심으로 별 생각 없이 빽빽한 대나무 숲을 뚫고 가장 깊숙한 차밭으로 들어갔다.
오락가락하는 비로 촉촉이 젖은 땅을 밟으면서 흠뻑 물기를 머금은 신록과 함께 동화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쉬엄쉬엄 차를 딴 후 차 덖기 실습장으로 내려왔다.화엄사 경내에서 덖기 조와 부비기 조로 나눠 차 덖기 체험이 시작됐다. 350℃의 가마솥에서 작업을 하려면 목장갑 3개를 껴야 된다.
손이 뜨거워질 때 교대하면서 덖어서 뒤로 전해주면 부비기 조는 멍석에 열심히 부볐다. 5~6차례 반복하니 어느 정도 차가 완성되는 것 같았다. 일행의 수만큼 작은 봉지에 완성된 차를 담아 지급했다.
집에 돌아가서 몸으로 부대끼며 직접 만든 녹차를 마시는 기분은 어떨까?차나무가 자라기 위해서 기후는 연평균 기온 13도 이상, 강우량은 연평균 1,400mm 이상이어야 하니 고온과 많은 비가 필수적이다.
녹차용 차는 좀 냉랭하고 안개가 짙은 지방에 적합하며, 고지대일수록 차의 수확량은 적지만 향기가 좋다. 담백한 맛으로 처음 마시는 이들에게는 생수보다 못하지만 꾸준히 마시다 보면 다섯 가지 맛을 느끼게 되는데 쓰고(苦) 떫고 시고 짜고 달다. 이는 인생에 있어서 희노애락고(喜怒哀樂苦)를 자기 안에서 지혜롭게 하나의 다향으로 승화시키는 맛인 듯하다. 차를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소화, 숙취, 갈증을 멈추게 하며 피로를 풀어주며, 겨울에는 추위를, 여름에는 더위를 막아주며 현대인들의 병 류머티스 관절염까지 막아주는 은은한 색과 향은 지성인의 영원한 벗이 되지 않을까?
우리네 조상들이 차를 즐겨 마신 이유를 종합 하면 대략 세 가지이다. 우선은 건강에 이롭기 때문이며, 다음은 사색 공간을 넓혀주고 마음을 눈을 뜨게 해 부기 때문이며 마지막은 사람으로 하여금 예의롭게 하기 때문이다.
차라고 하는 것은 식사 후나 여가에 즐겨 마시는 기호음료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네가 끓여 마시는 것은 모두 차라고 하고 보리차, 모과차, 생강차, 심지어는 커피, 주스까지도 차로 알고 있지만 이는 극히 잘못된 일이다. 엄밀히 말하면 차나무의 순(筍)이나 잎을 재료로 해서 만들은 것만이 차라고 할 수 있지 그 밖의 것들은 차라고 할 수 없다.‘성품은 차고 맛은 달고 쓰며 독기가 없고, 체한 음식을 삭히고 기력을 내리고 눈과 머리를 맑게 한다.
소변을 통하게 하고 소갈을 멈추게 하며 불에 덴 독을 풀어준다….’(동의보감)녹차에는 발암억제 물질인 폴리페놀성분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엽록소, 섬유소 등이 돌연변이 억제효과가 있어 암 예방제로서 효능이 입증되었고 녹차에 들어있는 다당류는 혈당저하 효과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녹차를 식수로 상용하면 당뇨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녹차중의 폴리페놀성분은 노화를 촉진하는 과산화지질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토코페롤에 비해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해독작용과 고혈압 및 동맥경화의 예방, 비마방지, 체질개선 등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갈증, 피로, 졸음, 권태, 구취, 배탈, 두통, 악취, 숙취, 음식물의 기름기, 소화 장애 등에 차를 마시면 즉시 느낄 수 있는 효능이다. 항암, 류마티스 관절염, 성인병, 간 기능, 위장 기능, 기억력, 판단력, 지구력, 탐구력, 예절성, 감정 순화, 규율성 등은 차를 오랫동안 지속할 때 가져다주는 효과가 있으며 농약, 방사능, 식중독, 공해병, 전자파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연구 보고되고 있다.
차는 현대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귀중한 보물이다.열대의 차산지에서는 1년 내내 새눈이 트므로 찻잎 따기도 10회 이상 하지만 한국에서는 봄부터 가을에 걸쳐 3~4회만 딴다.
채취시기에 따라 제일 어린잎에서부터 1번, 2번, 3번차 등으로 구분하는데 1번차는 5월 상순 무렵, 2번차는 6월말~7월초, 3번차는 8월, 4번차는 9월에 딴다. 고온기에 따는 2ㆍ3번차는 흔히 여름차라고 하는데, 쓰고 떫은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미개엽(未開葉)이 20% 정도 남았을 때가 경제적으로 유리한 시기이며, 미개엽을 포함해 위로부터 3~4잎을 딴다. 따는 방법으로는 손 따기, 가위 따기, 기계 따기 등이 있다.
손으로 따면 잎의 형질이 가지런해 양질의 차를 얻을 수 있으나 능률이 떨어지므로 1번차를 따서 고급품을 만들 때만 손 따기를 한다.제조법에 따라 크게 불 발효차, 반 발효차, 발효차로 나뉜다.
불 발효차는 잎을 증기나 화열로 가열하여 효소의 활동을 중지시켜 산화하지 않도록 하여 녹색을 유지시킨 것으로 녹차(綠茶)가 대표적이다. 한국ㆍ일본의 녹차는 증기를 사용하여 가열한 것이며, 중국의 녹차는 가마솥의 화열로 볶은 것이다. 반 발효차는 찻잎을 햇볕에 노출시켰다가 그늘에서 말려 성분의 일부를 산화시킨 것으로 방향(芳香)이 풍길 때 가마솥에 넣고 볶는 것으로 우룽차(烏龍茶)가 대표적이다. 발효차는 잎을 시들게 한 뒤 잘 비벼서 잎 성분을 충분히 산화시킨 것으로 홍차(紅茶)가 대표적이다.
차를 끓이는 방법은 잎차를 우리는 팽다법(烹茶法), 말차에 숙수(熟水)를 부어 휘젓는 점다법(點茶法), 차에 물을 넣어 끓이는 자다법(煮茶法)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팽다·점다·자다를 모두 뜻하는 포괄적인 의미로 전다(煎茶)라는 말을 흔히 썼으며, 보다 넓은 의미로 차를 끓여서 대접하고 마시는 일에는 행다(行茶)라는 말을 썼다. 기본 팽다법은 물 끓이기→그릇 헹구기→(숙수 식히기)→차 넣기→ 숙수 붓기→찻잔의 물 비우기→따르기→마시기→재탕 우려 마시기→마무리이며, 기본 점다법은 물 끓이기→찻잔 데우기→차 넣기→숙수 붓기→휘젓기→마시기이다.차가 손님 앞에 다 놓여졌으면 주인은 손님을 향해 목례를 하거나 ‘차 드십시오’라고 권한 뒤 같이 마신다.
잎차를 마실 때는 잔받침은 그대로 두고 두 손으로 잔을 들어 오른손으로 잔을 잡고 왼손으로 잔을 받친다. 잔이 크면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두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말차를 마실 때는 손님이 많을 경우 다 같이 마시지 않고 주인이 주는 대로 마신다.
찻잔은 두 손으로 안전하게 감싸 쥐고 천천히 한꺼번에 마신다. 과자는 먼저 차의 향기와 맛을 본 뒤에 먹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말차를 마실 때는 식후가 아니면 위장을 자극하므로 과자를 먼저 먹고 차를 마신다. 다과는 웃 손님부터 드리는 것이 예의이다.
육우는 ‘덕이 있는 사람이 마시기에 가장 적당한 것이 차’라고 했다. 일상 속에서 자신을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 한 잔의 차를 마시면서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고 마음을 고요히 해 진정한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져봄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