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살며 사랑하며

‘5만4천원의 행복’… 행복한 우리 가족

이원석(문엄) 2011. 6. 26. 07:34

취업나간 큰 아들이 왔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다 모여 영천시민회관에서 상영된 ‘엑스맨-퍼스트클래스’를 보고 아이들의 의견을 모아 오리고기를 먹으러갔다.

 

 

먹성 좋은 3부자와 아내가 배불리 먹기 위해서 오리불고기 한 마리 반에 밥 4공기를 볶아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포만감을 느낀 후 음식 값을 계산하려니 주인이 음료수는 서비스로 제공하겠다고 해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금액을 묻고 돈을 세고 있는데 옆 분위기가 이상해서 쳐다보니 큰아들이 카드로 계산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 주인한테 급히 카드취소해달라고 하고 현금으로 결제했다.

 

식당에서 나오면서 아들이 “아빠! 첫 월급 받아서 내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왜 말렸어?”라며 은근히 투정을 부렸다.

 

 

 

아들에게 “아빠도 할아버지랑 식사하면서 돈 낸 게 불과 몇 년 안 돼. 우연히 한번 계산했더니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것 같아 그때부터는 아빠가 항상 대접해드렸어. 그렇지만 아직은 아빠가 능력이 되니까 괜찮아. 나중에 엄마아빠가 많이 늙으면 그때 사줘!”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연초에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큰아들이 “할아버지 6개월 후에 첫 월급 타서 맛있는 것 사드릴게요”라고 했는데 야속하게도 그 6개월을 못 기다리시고 돌아가셔서 손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들이 원룸을 얻어서 혼자 생활하고 싶다고 해 조만간 아내와 집을 보러 올라가기로 했다.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아들의 모습에 우리 부부는 든든해 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절대로 후회를 하지 않으면서 엄청난 적응력을 발휘하는 아들이 너무 대견스럽다.

 


 

회사에 근무한지 한 달 정도 된 아들이 혼자서 원룸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한 아파트에서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면 불편할 테지’라는 생각에 아내와 구미로 갔다. 회사 통근버스 노선을 파악해보니 인동쪽에 원룸을 얻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근 부동산 사장님과 함께 7군데를 둘러보고 아들이 마음에 든다는 곳으로 정하고 계약을 마쳤다. 일단 한번 구경해보자는 생각으로 왔다가 바로 계약하고 기숙사에 있던 짐을 원룸으로 옮긴 것이다.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사고 아내가 구석구석 찌든 때를 벗겨냈다. 혹한 속에서 땀을 많이 흘리고 돌아다니느라 피곤했지만 우리 가족들은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