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뉴스24/답사와 여행이야기(이원석 편집위원)

"월선 띄우고 낚싯대 드리우니…속세를 사절했네"

이원석(문엄) 2007. 9. 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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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선 띄우고 낚싯대 드리우니…속세를 사절했네"

경북대 퇴계연구소와 다시 찾은 성고구곡
2007년 09월 27일 (목) 10:34:13 이원석 기자 ycnews24@hanmail.net

병와 이형상 선생이 1702년 영천성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중 아홉 군데의 절경을 노래한 성고구곡(城皐九曲).

   
 
범월병(泛月屛), 서운암(棲雲巖), 하수구(下水龜), 만세정(晩洗頂), 야연층(惹烟層), 적파선(寂波禪), 정부장(鼎扶莊), 사박협(沙搏峽), 청통사(淸通社)….

   
  ▲ 병와 이형상 선생이 거북바위 언덕위에 지은 호연정
 
지형과 물길이 바뀐 3백년 전의 절경을 찾기 위해 22일 경북대학교 퇴계연구소에서 김문기 소장과 강정서 연구원이 영천을 찾았다.

   
  ▲ 사곡 만세정으로 추정되는 영천성당 구 사제관인 성사헌
 
병와 선생의 후손인 이임괄 영천향토사연구회장과 지수 정규양 선생의 9대손인 정현화씨와 함께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 시간여행에 참가했다.

   
  ▲ 영천읍성 동쪽 끝지점
 
구곡중 거북바위가 나오는 삼곡 하수구와 영천성당 구사제관인 성사헌 밑의 사곡 만세정, 구터로 짐작되는 구곡 청통사는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보수후의 조양각. 이곳에서 일곡 범월병이 시작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사진 비바리 시민기자)
 
지형지세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조양각 근처를 일곡 범월병으로, 성내동 구터마을을 구곡 청통사로 보았고 삼곡 하수구와 사곡 만세정을 토대로 나머지 지형을 추측하며 월선을 타고 낚시를 하면서 풍류를 즐겼을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장군각과 서운암, 영통사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철길위에서 내려다본 성내동 구터마을
 
주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으로부터 연원되어 조선 성리학자들이 퇴계 및 율곡의 도학(道學)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구곡관련 문화를 향유하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구곡문화. 구곡원림은 단순히 아홉 굽이의 자연공간이 아니라 성리문화 구현의 공간이었으며, 이를 통해 도학을 체득하고 표출해 전수하는 의미로까지 나아가 각처에서 향유되었다.

   
  ▲ 구터는 강건너편 오수동에 역촌이 생기면서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옛날 살던 동네를 가리켜 부르게 된 이름이다.
 
한편, 영천에는 성고구곡 외에도 양수선생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횡계구곡(橫溪九曲)이 남아있다.

   
  ▲ 유정숲
 
김문기 퇴계연구소장은 “출발지인 장군각과 구곡 청통사의 범위를 좀더 넓게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며 “문헌을 좀더 고증한 후에 다시 찾아와서 실체를 밝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城皐九曲(성고구곡)

 

總 論(총론)


천고의 유반(幽盤)이 지령(地靈)에 속하여 /  지금까지 산 빛은 시내에 가득히 밝네 / 회암(晦庵)이 읊었었고 도산(陶山)이 화답했으니 / 나 역시 성고에서 뱃노래를 짓네


一曲 泛月屛(일곡 범월병)


일곡이라 깊은 여울에서 월선(月船)을 띄우고 / 뱃노래 부르며 이따금 다시 앞 내를 지나네

까닭없이 장군각(將軍閣)에 한번 앉아보니 / 아침 저녁에 일만의 집 연기만 머금고 있네


二曲 棲雲巖(이곡 서운암)


이곡이라 기이한 바위 자연히 봉우리를 이루었는데 / 서운암(棲雲巖) 깊은 곳에 속세를 사절하였네

선심(禪心)은 이미 승명려(承明廬)에 숙직하길 싫어하니 / 이 몸은 어떤 인연으로 구중궁궐(九重宮闕)에 들어갈까?


三曲 下水龜(삼곡 하수구)

 

삼곡이라 하뢰선(下瀨船)을 천천히 당겨 놓고 / 구암(龜岩)을 자리 삼고 술로 해를 보내네

산과 물의 자연히 연하(烟霞)의 취미 만족하니 / 무엇 때문에 관문(官門)에서 부질없이 동정을 구하랴


四曲 晩洗頂(사곡 만세정)


사곡이라 층층히 큰 바위 솟아있는데 / 한 그루 깡마른 나무 푸르게 늘어져 있네.

밝은 모래 호묘(浩渺)하고 여울 물소리 굴러가니 / 갈라져 가는 그 곳을 만세담(晩洗潭)이라 일컫도다


五曲 惹烟層(오곡 야연층)


오곡이라 물 굽이 돌아오고 골짜기 다시 깊은데 / 이 언덕을 사람들은 야연림(惹烟林)이라 부르네

그대는 필경에 모든 물 바다로 모임을 보았는가 /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만리의 마음 알게 되리


六曲 寂波禪(육곡 적파선)


육곡이라 여울물 아홉 번 돌고 돌아 흘러서 / 밝은 달 맞이하려 밤이면 관문(關門)에 이르네

푸른 산은 말이 없고 물결 빛은 고요하나 / 고요한 곳이 한가함이 아니라 움직이는 곳이 더 한가하네


七曲 鼎扶莊(칠곡 정부장)


칠곡이라 낚시대를 제칠의 여울에 드리우니 / 정부장(鼎扶莊)의 좋은 풍치(風致) 그 누가 볼까?

양(羊)의 갗 옷 이끼 낀 낚시터에 벗어 놓으니 / 못 그림자 이제에 달빛 받아 차가웁네


八曲 沙搏峽(팔곡 사박협)


팔곡이라 여기 저기 어디에나 밝은 빛 열렸고 / 크고 작은 봉우리 읍(揖)을 하듯 물을 따라 돌아오네

물가에 다달아서 추천(推遷)하는 의리를 곰곰이 살펴보니 / 사박협(沙搏峽) 못만나 물이 또한 오지 않네


九曲 淸通社(구곡 청통사)


구곡이라 좋은 경치는 땅의 형세가 원래 그래서인가? / 뒷 냇물의 형승(形勝)이 앞 냇물의 형세보다 더 낫네 

청통역(淸通驛)서 하고 하는 일이란 / 반은 인간에서이고 반은 마상(馬上)에서일세


(1702년 숙종28 壬午 병와가 지었고 密城 孫貴睦이 헌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