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살며 사랑하며

끝없는 바가지 상혼이 숨쉬는 경제대국 중국의 양면성

이원석(문엄) 2012. 10. 28. 22:13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중국 하남성 개봉시와의 서예교류전에 이어서 개봉과 섬서성 서안에서 역사문화탐방을 실시했다.

 

낮 시간의 관광도 즐겁지만 여행의 백미는 단연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의 주변 산책이었다.

 

 

첫날 저녁 일행 중 4명이 개봉시 호텔 인근의 옥돌 야시장을 찾았다. 수백 개의 가게가 밀집한 엄청난 규모의 장터에서 어설픈 중국어와 짧은 영어, 필담을 섞어가며 흥정한 결과, 고급제품을 65% 이상 저렴하게 구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앞으로 남은 일정동안 즐거움이 가득하리라 예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들의 기대는 중국인들의 바가지 상혼에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개봉부 앞에서 나비 모양의 장난감이 20위엔이라며 노점상이 접근했다. 필요없다며 안산다고 했더니 10위엔(약 2천원)을 불렀다. 그래도 필요 없다고 했더니 10위엔에 2개, 더 버티니 3개를 준다고 해서 결국 샀다. 개봉부를 둘러보고 다른 일행이 10위엔에 다섯 개를 주더라며 들고 있었다.

 

청명상하원에서 일주마차를 타기로 했다. 현지가이드가 1인당 10위엔이라고 해서 가격도 사고 연세 드신 분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이용했는데 나중에 내리고 나니 가이드가 국경일이 끝나 30위엔으로 올랐다고 말을 바꿨다. 미리 얘기했으면 방법을 고려해볼 수도 있었는데 아쉬웠다.

 

일행 중 한명이 서안 섬서역사박물관에서 450위엔에 박물관 도록을 구입했다. 정찰제라서 믿었건만 조금 지나 다름 매장의 정가가 350위엔인 것을 알고는 속이 쓰렸다. 그러나 정작 호텔에서 책을 확인하고는 허탈함에 치를 떨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도 중고책으로 바꿔치기 당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화청지를 관람하고 나오면서 누군가가 감을 사서 함께 먹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가이드에게 적당한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10위엔이라고 했다. 상인에게 얼마냐고 물었더니 50위엔을 불렀다. 그냥 돌아서려고 했더니 40위엔으로 낮췄다. 안산다고 하니 얼마면 사겠냐고 한다. 너무 많이 깎는 것 같아 미안해서 20위엔에 구입했다.

 

버스 앞으로 가서 가이드에게 처음에 50위엔을 부른 걸 20위엔에 샀다고 하니 10위엔에 살 수 있는데 많이 줬다며 그들의 상술에 당했단다. 일전에 가이드가 관광객에게 가격이 비싸다고 말해줬다가 노점상들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현지 공안들도 상인편을 들어준다며 조심해야 된다고 알려주었다.

 

바가지의 백미는 병마용 입구에서 발생했다. 며칠간 당한 터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구경을 마치고 버스로 향하는데 여성 한명이 병마용 모형을 들고 접근했다.

 

 

 

'1만원, 1만원!' 외쳤지만 어림없다며 외면했다. 이번에는 절대 안 당할 거라고 다짐했다. 병마용 5개가 든 케이스 뚜껑을 열고 1개 1만원씩 5개 5만원인데 모두 4만원에 주겠다고 하더니 가격이 3만원, 2만원, 1만원에 이어 8천원, 7천원, 6천원, 5천원, 4천원까지 내려갔다.

 

순간 마음이 움직인다. 5만원 짜리 물건을 4천원에 사면 절대 바가지 쓰는 것은 아닐 거라면서 4천원을 주었다. 돈을 건넸는데 물건을 안주고 상자가 천원이라고 했다. 아차 싶어서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절대 돌려줄 기세가 아니다. 버스에서 기다리던 동료 한명이 다가왔다. 결국 천원을 더 주고 5천원에 사고 나니 다른 노점상이 2천원이라며 접근했다.

 

동료가 천원에 사보겠다며 흥정 끝에 천원에 사가지고 왔다. 버스에서 확인한 결과 보여준 물건과 건네준 물건이 다름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바가지 쓴 금액이 크지 않다고 스스로 위안해보지만 속고 속고 또 속았다는 현실에 스스로 한심해지면서 속에서 열불이 났다.

 

짧은 여행 속에서 지금도 엄청난 경제발전으로 대국의 위용을 자랑하는 중국여행을 하면서 그 이면에 숨어있는 끝없이 교묘한 바가지 상술에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다.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급증하는 중국과 일본 여행객들에게 택시비를 7배나 바가지를 씌우는 등 바가지 상혼을 일삼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는데 이런 걸 두고 피장파장이라고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