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머리 성운
허만하(1932~)
1
말은 가슴 안에서 다져진 뜨거운 언어가 폭발적으로 뛰쳐나온 순결한 질주다. 어둠의 극한에서 세계의 기원을 생각해 내려 수직으로 목을 치켜들고 멀리를 살피고 있는 한 마리 말. 목덜미 이하는 처음으로 별빛을 만들어 낸 캄캄한 어둠이다.
2
허무와 허무가 서로를 비추는 1억 광년 하늘을 말굽 소리도 없이 달리는 말. 영하의 온도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말. 시여, 교만하지 마라! 중심도 없이 터지는 자욱한 불의 물보라 사이를 달리는 말의 영원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태어나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별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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