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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울타리 독서회, 포은 정몽주 선생 일대기 극화

이원석(문엄) 2009. 10. 13. 18:37

골벌문화예술제 연극, '임 향한 일편단심 정몽주' 
영천 울타리 독서회, 포은 정몽주 선생 일대기 극화
최은하 기자 ycn24@hanmail.net

포은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 '임 향한 일편단심 정몽주'가 10일 골벌문화예술제 특설무대에서 공연됐다.

연극 '임 향한 일편단심 정몽주' 는 독서지도사 동아리 ‘영천 울타리 독서회(회장 하경자)’에서 극본, 출연, 무대, 분장까지 모두 직접 기획하여 만든 작품이다.

연극을 총감독한 하경자 영천울타리 독서회장은 “부족하지만 포은 정몽주 선생님을 영천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극을 만들었다. 좋은 무대를 마련해 주시고 연습 때 마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문화공보과(과장 조희석) 직원들에게 감사한다. 더 많은 학생과 시민들에게 포은 정몽주 선생님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극의 대본과 스틸컷을 올려본다.


‘임 향한 일편단심 정몽주’

배경 - 고려시대
출연 - 정몽주, 영천이씨, 이방원, 공민왕, 우왕, 신하1,2, 일본장관, 일본부하, 마을사람여자 3명, 남자 3명, 정몽주집 하인, 주모, 정종성, 해설
극본 - 하경자, 정은아 
음향 - 김창로
도움주신분 - 박남태 정연원 윤영원 김인숙

 

   

 

<1막 - 정몽주 마을>
해설 - 정몽주가 장원으로 급제하여 마을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마을사람들 풍악을 울린다. 정몽주의 장원급제는 곧 마을의 영광으로 여겨 마을잔치가 벌어지고 모두들 정몽주의 장원급제를 축하하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한쪽에선 마을사람 여럿이 모여 정몽주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마을여자1 - (눈치없이)“근데 뉘 집 도련님이 장원급제를 하였서예”
▲ 마을남자1 - (답답하다는 듯이) “아직도 모르나. 영일정씨 가문의 몽주 도련님 아닌가. 3살 때부터 글 읽기 시작하더니 남들은 몇 달 걸려야 읽을 책을 단 며칠이면 척척 읽고 쓰고, 그 뜻까지 풀어가며 줄줄 외워 신동이라 불렸지. 암 신동이고말고.
▲ 마을여자2 - “아따, 인물만 잘난 줄 알았더니, 머리도 좋구먼. 과거에 한번 급제하기도 힘든데, 세 번이나 장원급제했으니 보통사람은 아닌 기라”
▲ 마을 사람들 -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 맞다”
▲ 마을 남자2- “그래서 임금님이 그 재주에 감탄해 무궁화 칠성 봉화대라는 금동촛대를 특별히 상으로 내렸다지.”
▲ 마을여자들 -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래”
▲ 마을여자3 - “어디 그뿐인가. 효심은 또 얼마나 지극한지, 돌아가신 아버지산소 옆에서 3년간 눈이오나 비가 오나 그 옆을 지켰다 아이가.”
▲ 마을여자들 -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 맞다”
▲ 마을 남자3 - (덩실 춤추며) “몽주도련님의 장원급제는 영일정씨 가문의 영광일 뿐 아니라 우리 마을의 영광인기라.”
정몽주가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 마을 어귀로 들어서고 있다.
▲ 하인 - (집안으로 뛰어 들어와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마님, 오십니다. 몽주도련님이 오십니다요.”

 

   

 

▲ 정몽주 - (집안으로 들어서며 마중 나온 어머니를 보며) “ 어머니, 소자 돌아왔습니다. 어머님께 큰 절 올립니다.”
▲ 영천이씨 - (큰절하며 일어서는 정몽주의 손을 잡으며) “장하구나, 큰 일 하였구나. 애썼다.”
▲ 정몽주 - “다 어머님의 바른 가르침 덕분입니다.”
▲ 영천이씨 - (기뻐하며) “아니다. 그동안 네가 학문에 다 힘쓴 결과니라. 지금의 모습을 네 아버지 봤다면 얼마나 기뻐하였겠느냐. 이제야 네 아버님 영전에 떳떳이 설 면목이 섰구나.”
▲ 정몽주 - (아버지를 생각하며) “네 어머님, 아버님이 저의 이름을 몽주라 지은 것도 아버님 꿈속에서 중국의 주공을 만나 그분처럼 훌륭한 정치가, 뛰어난 학자가 되라는 뜻임을 압니다.
▲ 영천이씨 - (정몽주를 보며 엄숙하게) “ 그래, 몽주야 ”
▲ 정몽주 - “네 어머님.”
▲ 영천이씨 - “ 벼슬이란 저 하나의 부귀영화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를 다스리고, 온 백성을 잘 살게 하는 것이 벼슬아치의 할 바임을 명심해야 한다.
▲ 정몽주 -(고개를 끄덕이며) “네, 어머님. 항상 나라와 백성을 먼저 생각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 가슴속에 새기겠습니다.”
▲ 어머니- (아들을 보며) “피곤하겠다. 이제 방으로 들어가자꾸나.”
▲ 정몽주 - 예 (어머니를 보필하며 무대에서 사라진다. )

 

   

 

▲ 해설 - 정몽주가 벼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홍건적이 자주 고려의 국경을 침범해왔다. 그런데 그해 10월, 홍건적이 무려 1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의 북쪽 여러 성들을 짓밟고 서울인 개경까지 함락하였다. 공민왕은 지금의 안동으로까지 피난을 가고, 정세운, 김득배 장군 등을 보내어 홍건적을 물리쳤다. 그러나 김용의 모함으로 김득배 장군은 죽음을 당한다.

< 2막 - 궁궐 안, 공민왕 >

 

   

 

▲ 정몽주 - (임금님을 알현하며) “소신 정몽주 아뢰옵니다. 이번에 참형당한 김득배장군은 절대로 역적모의를 할 사람이 아닌 줄로 아옵니다.”
▲ 공민왕 - (화난표정 화난 말투) “무어라? 그대는 무슨 증거로 그런 말을 하는가?”
▲ 정몽주 - 상감마마! 소신이 어찌 무고한 말씀을 올려 마마께 심려를 끼쳐드리겠습니까? 조금만 말미를 주시면 기필코 진상을 밝혀 김득배 장군의 무죄를 증명해보이겠습니다. “
▲ 공민왕 - (엄하게)김득배가 그대의 스승이라 그렇게 두둔하는 것인가?
▲ 정몽주 -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의연하게)그분은 제 스승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사로운 정 때문이 아닙니다. 소신은 후세를 위하여 역사를 기록하는 수찬이옵니다. 만일 그릇된 역사를 그대로 기록해 놓으면 진짜 충신은 영원한 역적이 되고, 역적이 도리어 충신 행세를 할 우려가 있사옵니다. 소신은 이것을 바로 잡고자 할 뿐입니다. “
▲ 공민왕 - (고개를 끄덕이며 엄숙한 말로) “음 그래. 그러나 만약에 끝내 김득배의 무죄를 밝히지 못하면 그대의 목숨도 온전하지 못할 것을 각오하라.”
▲ 정몽주 - (고개를 숙여)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사옵나이다.”
▲ 공민왕 - 그래 말해보거라
▲ 정몽주 - (간곡하게)김득배장군은 신의 스승입니다. 스승의 시체가 길가에 뒹구는 것을 어찌 제자된 자로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스승의 장사만이라도 치르게 해주시고 그런 다음, 신에게 죄를 내려주시옵소서.
▲ 공민왕 - (잠시 생각하며) 역적의 시신을 그렇게 다룰 수는 없다. 그러나 벌 받을 각오를 하며 스승의 결백을 주장하고 그 시체를 거두려는 너의 마음이 갸륵하니 내 이를 허락하리라.
▲ 정몽주 - (머리를 크게 조이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해설자 - 이일은 곧 김득배 장군이 죄가 없음이 밝혀졌고, 이로 인해 정몽주의 의로움은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자칫하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바른 말을 하고야 마는 정몽주의 성품에 공민왕도 크게 감동하여 정몽주를 더욱 신임하게 되었다.
정몽주는 국방에도 힘을 기울여, 함경도 지방의 여진족 토벌에 참가하였고 외교의 중임을 맡아 명나라 사신으로 6차례나 다녀왔다.
그러나 23년간 왕위를 지키던 공민왕이 죽자, 친원파들은 11세 우왕을 즉위시키고 바른 말을 하는 정몽주를 모함해 귀향을 보냈다.

< 3막- 궁궐안, 우왕 >
우왕과 대신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국사를 논하고 있다.

 

   

 

▲ 우왕 -(난감해하며) “왜구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소. 백성들의 원성이 날로 높아지는데 무슨 대책이 없겠소?”
▲ 신하1(서로 눈치만 보며 말을 하지 못하다가) “ 소신의 생각으로는 다시 한 번 일본에 사신을 보내 봄이 어떨까 하옵니다.”
▲ 우왕 -(답답하다는 듯) “사신을 보낸다고? 지금껏 저들이 우리의 사신을 감옥에 가두거나 만나 주지도 않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소?”
▲ 신하2- “그들을 능히 설득시킬 수 있는 사람을 보내면 될 것입니다.”
▲ 우왕 - “우리 조정에 저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겠소?
▲ 신하2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한 사람 적당한 인물이 있긴 하옵니다만…….”
▲ 우왕 - (재촉하며) “ 적당한 인물이 있다고? 그게 누구인지 어서 말해 보오.”
▲ 신하2 - “이 일에는 누구보다도 외교술에 능한 사람을 보내야 합니다. 그러자면 몇 년 전에 명나라에 다녀온 정몽주가 가장 적당할 것 같습니다.”
▲ 우왕 - (고개를 끄덕이며) “정몽주라……. 그렇지만, 정몽주는 지난번에 당신들이 귀양을 보낸 사람이 아니오?”
▲ 신하1 - (비굴하게) “하오나, 나라일이 위급한 이때 그런 것을 따져 무엇 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그의 귀양을 풀고, 이 막중한 임무를 맡기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하옵니다.”
▲ 우왕 -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근엄하게) “죄인 정몽주를 귀양에서 풀어 주노라, 아울러 일본에 갈 사신으로 명하니, 속히 준비를 갖추고 떠나 일본과 평화 조약을 맺고, 다시는 왜구의 침입이 없도록 다짐을 받고 돌아오너라.”

< 4막 - 일본 >
해설자 - 정몽주는 거센 물결을 헤치고 홀로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 도착했으나 예상대로 관리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정몽주는 감옥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관리에게 편지를 보낸다. (전반적으로 해설이 많으니 이 부분은 빼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 일본규슈지방장관 - (정몽주가 쓴 편지를 읽어 보고) “이 유창한 문장과 뛰어난 글씨, 이 사람은 예사 인물이 아니로므나. (포졸) 감옥에 갇혀 있는 조선 사신을 데리고 오라
▲ 일본부하 - (인사를 깍듯이 하며) 하이.
옥에 갇힌 정몽주를 데려온다.
▲ 일본장관 - (정몽주를 점잖이 모시며) 먼 길 오신 분을 함부로 대해 죄송하므니로다.
▲ 정몽주 - (불쾌하게 생각지 않고 ) 오해를 푸시고 이렇게 만나 주시니 고맙습니다.
▲ 일본장관 - “척 보기에도 사신께서는 학식이 대단히 높으신 분 같으므리로니다, 고려에서 무슨 직책을 맡고 계셨미노니까?
▲ 정몽주 - 저는 성균관 대사성을 지냈습니다.
▲ 일본장관 -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은 것이 흐뭇해하며) 역시 지체 높은 학자님이십므로니다. 아 이런 훌륭한 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무조건 옥에 가뒀으니 죄송하므로이다. 죄송하므로이다. 그런데 이번에 오신 목적은 무엇이므니로니까
▲ 정몽주 - 사실은 우리 고려와 일본 사이에 평화 조약을 맺자고 온 것입니다.
▲ 일본장관 - (의아해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평화조약이므로니까?
▲ 정몽주 - 지난 수십 년간 귀국의 일부 백성들이 함부로 고려에 침입해 재산을 빼앗고 사람을 죽였습니다. 이것은 두 나라의 친선을 위해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일본장관 - (약간 미안해하며)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두 나라가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겠스므로니까
▲ 정몽주 -그것은 간단합니다. 식량, 가축 등 귀국에서 필요한 물품과 우리 고려에서 필요한 물품을 서로 맞바꾸어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두 나라가 서로 도와가면서 함께 부강하게 될 수 있습니다.
▲ 일본 장관 - (무릎을 딱 치며 매우 기뻐하며 )그것 참 좋은 방법이므로이다.
▲ 정몽주 - 제 뜻을 받아주니 고맙소, 부디 이 약속을 잘 지켜 주십시오.
▲ 일본장관 - 하이. 내 비록 한낱 지방장관이나 나도 대장부로소이다. 지킬것이므로이다.
▲ 정몽주 -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다)
▲ 일본장관 - 선생님 같이 학식이 높은 선비를 뵙는 것이 저희로서는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영광이올시다. (갑자기 무릎을 꿇고) 우리 일본 사람들에게 고려의 높은 학문을 좀 가르쳐주시므로소이다.
▲ 정몽주 - (당황하며 무릎 꿇은 일본장관을 일으켜 세우며)저는 그저 학문을 즐겨 연구할 뿐이고, 학문이 그다지 깊지 못합니다.
▲ 일본장관 - (정몽주의 겸손함에 감동하며 간절한 표정으로) 제가 비록 무식하나 사람을 보는 눈은 있으므로소이다. 부디 사양마시고 제 청을 들어주시므로소이다.
▲ 정몽주 - 정 그러시다면 별로 깊지 못한 학문이나마 전해 드리고 가겠습니다.
▲ 일본장관 - (머리를 숙이며)고맙스므로이다. 고마스므로이다.

▲ 해설 - 정몽주는 일본에 머무르며 일본의 유명한 스님들을 가르쳤다. 정몽주는 그들에게 성리학의 깊은 내용을 설명해주었고 일본 스님들은 처음 듣는 그 깊고 넓은 학문에 도취되어 그저 감탄 할 뿐이었다. 정몽주가 1년 뒤 고려로 돌아올 때 일본규슈지방장관은 감사의 뜻으로 그동안 일본에 잡혀있던 고려사람 수백 명을 풀어주고, 배10척까지 내어주었다.
정몽주가 이 같은 큰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자 우왕은 정당문학이라는 높은 벼슬을 내리고 그의 공을 치하하였다.

< 5막- 이방원의 집 >

▲ 해설 - 고려왕조는 470여년을 누린 끝에 저물어 가는 해처럼 서서히 운명이 다해가고 있었다. 고려 왕조때 부귀를 누려오던 신하들은 제 살길이 바빴고, 재빨리 이성계 밑으로 모여들었다. 홀로 남아 끝까지 고려왕조에 대한 절개를 지킨 정몽주에게는 나라 일을 의논할 상대는 더더욱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방원의 초대를 받았다.

 

   

 

▲ 하인 : ( 뭔가 바쁜 듯이 ) “대감마님! 이성계 장군님 댁의 방원 도련님이 전갈을 보내 왔습니다요.”
▲ 정몽주 : “어디보자” ( 편지를 받아 펼치며 천천히 읽는다) ‘날씨가 화창하니, 저희 집에 오셔서 술이나 한잔 나누시기 바랍니다.’
▲ 종성 : ( 걱정스러운 듯) “아버님, 무슨 꿍꿍이가 있는듯합니다. 오늘은 몸이 불편하시다 핑계를 대시고 그 자리에 가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정몽주 : (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 “어찌 그리 생각 하느냐?”
▲ 종성 : ( 눈을 내리깔고 염려스럽고 안타깝게 ) “ 지금 조정 대신들의 세력은 이성계 일파에게로 기울어진 것 같습니다. 아버님 혼자 나라를 지키려 해도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벼슬을 내놓으시고 , 고향 영천으로 내려가셔서 조용히 자연이나 즐기시며 마음을 달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정몽주 : (결연한 모습으로 ) “ 나마저 임금님을 버린다면, 이 나라는 누가 지킨단 말이냐? 나는 고려의 신하이니 죽어도 고려를 버릴 수는 없다.”
▲ 종성 : ( 안타까워하며 ) “ 고려를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으시는 아버님의 충절 고려인이라면 모두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아버님이 살아계셔야 고려 백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 그들에게 가시면 너무 위험합니다. 아버님!”
▲ 정몽주 :(종성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 “이제까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고 살아 왔는데,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느냐?” 라고 말한 뒤 하인을 데리고 집을 나선다.

종성 퇴장 정몽주 하인과 무대 한 바퀴를 돌다 무대 끝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온다.
▲ 하인 : “대감마님! 저기 집 앞에 서 계신분이 방원 도련님 같아 보입니다요.”
성큼 성큼 이방원 걸어 나오며 덥석 정몽주의 손을 잡고 이끈다.
▲ 이방원 :(아주 반갑게) “잘 오셨습니다. 대감 어서 들어가시지요.”
차려 놓은 술상 앞에 앉으며
▲ 이방원 - (허둥대며 반가워하며) “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날씨가 하도 화창하기에 대감과 바람이나 쐬면서 술 한 잔 나눌까 하여 이렇게 모셨습니다. (정몽주에게 술 한 잔 따르며)대감의 충정은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간악한 이인임 무리의 계략도 대감의 충정은 어찌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 정몽주 - (점잖게) “과찬이십니다.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야 백성이나 조정대신이나 매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 이방원 - “아닙니다. 간신이 있으면 충신이 있듯이 대감의 충정은 이 나라 백성이라면 모두들 알고 있지요. 그나저나 제가 비록 글재주가 없습니다만, 시를 한수 읊을 테니 들어 주시겠습니까?”
▲ 정몽주 -(들었던 술잔을 비우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시지요.

▲ 이방원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 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 년까지 누리리라.


▲정몽주 - 나또한 한 수의 시로 답해 드리는 것이 도리 일듯 하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고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 이방원 - (불편한 기색을 잠시 내 비추더니 ) “대감! 임이 누구입니까?”
▲ 정몽주 - (덤덤하게) “ 임이란 나라일 수도 있고, 임금일 수도 있고, 내 마음일 수도 있는데 그 모두는 하나이지요.”
▲ 이방원 - (다시 한 번 설득하려고 하며 ) “바람이 불면 꽃이 떨어지고, 하늘이 어두우면 빗줄기가 내리지요. 세상을 거슬러 사는 것보다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 정몽주 - 그리 살면 이 몸 하나는 편하겠지요. 허나 꽃이 떨어지면 그 나무에서 다시피고, 비가 내리면 그 땅에 내려야지, 모든 것을 다 새롭게 바꿀 수는 없지 않습니까?
▲ 이방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주먹을 부들부들 떤다)
▲ 정몽주 - (일어나며) 술은 이만하면 과한 것 같소, 불러주어서 감사했소이다. 그럼 이만
▲ 이방원 - (속내를 숨기며 너털웃음을 짓지만 주먹을 불끈 주며 불편한 기색을 띠며) 허허 그렇게 하시지요. 내 멀리 나가지 않겠습니다.
정몽주 말없이 일어서서 나간다. 이때 하인 달려와 정몽주를 모신다.

▲ 이방원 - ( 포은이 돌아간 뒤 무대 중앙으로 나오며) 대감! 왜 새로운 세상을 거부하시오. 대감의 충정은 새 나라 새 백성에게 너무나도 필요한데 꺼져가는 고려의 마지막 남은 충신을 이 손으로 이손으로 없애야 된단 말인가? 허나 개국은 필연적 운명인 것을 어찌 할 수 없다. 훗날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로다. ( 고개를 숙이고 쓸쓸히 들어간다)

이방원의 집에서 나와 포은 정몽주를 보며
▲ 김경조 - “대감마님! 안색이 너무 좋지 않으십니다.”
▲ 정몽주 -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구나 하늘이 아실께야. 저기 주막에서 좀 쉬어가자구나.”

< 6막- 주막 >

 

   

 

▲ 주모 - (코를 팽 풀며 치마를 툭 걷어 올리며 ) “ 아니 오늘 날씨가 왜 이러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화창하더니만 비라도 한바가지 확 뿌릴 태세네 그려.” (깜짝 놀라며 호들갑스럽게 ) “아니! 이게 누구세요? 대감마님! 어서 오시와요.”
▲ 정몽주 - ( 흐뭇하게 웃으며 ) “지나가던 길에 잠시 들렀네. 내가 온 것이 이리도 반가운가?”
▲ 주모 - ( 박수를 치며 열변을 토하며) “반갑다 마다요 대감마님이 누구신가요? 우리 고려에서 제일루다가 충신이신 분 아닙니까? 효도면 효도, 학문이면 학문, 외교술이면 외교술 대감마님의 충절은 이 고려 땅에 모르는 이가 없습지요.” 제가 후딱 술상 봐 오겠습니다요. (허둥대며 술상을 들고 온다)
▲ 정몽주 - ( 술 한 잔 따라 마시며 ) “계절은 아름답건만 시대는 왜 이리 험한고!”
▲ 주모 - (정몽주 앞에 철푸덕 앉으며 ) “백성들의 걱정이 (손을 저으며) 이만 저만 아닙니다요. 벌써 이씨성 가진 사람이 임금이 된다는 소문이 장 안에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요. 대감마님처럼 충정이 깊으신 분들은 정말로 걱정이 됩니다요. 우짜든 절대로 반듯이 몸조심 하셔야 합니다요.”
▲ 정몽주 - (너털웃음을 지으며) “주모가 이렇게 염려 해주니 마음이 든든하네. 자네의 마음이 백성들의 마음이라 내 생각하지 세상이 바뀌어도 자네 술맛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허허”
▲ 주모 - (안타까운 듯 ) ‘대감마님’ “조심해서 가셔요.”
주모 퇴장 김경조와 포은 무대를 조금 걷는다.
▲ 정몽주 - “자네는 이제 나를 따라오지 말게.”
▲ 김경조 - “대감마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끝까지 대감마님을 모시는 것이 소인의 일입니다요.
정몽주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오며
▲ 정몽주 - “나라의 흥망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듯 하는 구나. (결연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나 하나의 목숨은 그저 어차피 가야 할 곳으로 가면 되지만 이 나라 이 백성들의 앞날이 사나운 이 바람 앞에 떨어지는 저 나뭇잎 같을까하여 걱정되는구나. 이 고려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두 사람 조용히 먼 하늘을 바라보며 쓸쓸히 걸어 들어간다.

 

   

 

▲ 해설자 - 그는 비록 고려를 지켜려다가 죽은 충신이지만, 그 절개는 뒷날 조선 시대 왕들에 의해서도 추앙을 받았다. 특히 정몽주를 죽인 이방원 자신이 뒷날 임금이 되었을 때, 정몽주에게 영의정 벼슬을 추증하고, 문충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세종은 정몽주의 충성을 기려 역대의 유명한 학자들의 얼을 모신 사당에 그를 모셔 제사지내게 하였다. 또한 집현전의 학사들에게 명하여, 충신, 효자, 열녀의 이야기를 모아 엮은 <삼강행실도>에 정몽주의 이야기를 싣고, 그가 죽음을 당하던 장면을 그려 넣게 하였다. 이는 모든 백성과 신하들에게 정몽주의 충성심을 본받게 하기 위해서였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충신을 예로 들라면 서슴지 않고 정몽주를 댄다. 그가 이처럼 오랜 세월을 두고 높이 추앙을 받는 까닭은, 신의와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오직 일편단심으로 한 왕조에 충절을 바친 그 의로운 지조가 삶의 지표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