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그냥 지나가는 오후, 버스를 기다리고 있네, 여자애들 셋이 호호호― 입을 가리며 웃고 지나가고, 헌 잠바를 입은 늙은 아저씨, 혼잡한 길을 정리하느라, 바삐 왔다갔다하는 오후, 차표 한 장 달랑 들고 서 있는 봄날 오후, 아직 버스는 오지 않네
아직 기다리는 이도 오지 않고, 양털 구름도 오지 않고, 긴 전율 오지 않고, 긴 눈물 오지 않고, 공기들의 탄식소리만 가득 찬 길 위, 오지않는 것투성이
바람이 귀를 닫으며 그냥 지나가는 오후, 일찍 온 눈물 하나만 왔다갔다하는 오후
존재도 오지 않고, 존재의 추억도 오지 않네
차표 한 장 들여다 보네, 종착역이 진한 글씨로 누워있는 차표 한 장.
아, 모든 차표에는 종착역이 누워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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