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주산지 왕버들 - 반칠환

이원석(문엄) 2009. 7. 20. 09:04

주산지 왕버들 
                    

                                  반칠환 (1964~ )


누군들 젖지 않은 생이 있으랴마는
150년 동안 무릎 밑이 말라본 적이 없습니다
피안은 바로 몇 걸음 밖에서 손짓하는데
나는 평생을 건너도 내 슬픔을
다 건널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신은 왜 낙타로 하여금
평생 마른 사막을 걷도록 하시고,
저로 하여금 물의 감옥에 들게 하신 걸까요
젊은 날, 분노는 나의 우듬지를 썩게 했고
절망은 발가락이 문드러지게 했지만,
이제 겨우 사막과 물이 둘이 아님을 압니다
이곳에도 봄이 오면 나는 꽃을 피우고
물새들이 내 어깨에 날아와 앉습니다
이제 피안을 지척에 두고도 오르지 않는 것은
나의 슬픔이 나의 꽃인 걸 어렴풋이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슬픔이 꽃으로 핀다?

가끔, -가끔이라고 말하지만, 어쩜 날마다의 피맺힌 절규인지도 모르겠지요.- 주산지 왕버들은 평생 물의 감옥 속에 갇힌 자기 운명을 얼마나 극복하고 싶어했을까요? 그 슬픔의 운명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기 까지 얼마나 무수한 눈물을 흘려야했을까요?

막상, 물에 잠긴 슬픔의 뿌리를 딛고, 꽃을 피워 올렸을 때는 얼마나 황홀찬란한 눈물을 흘렸을까요? 그렇네요. 주산지 왕버들나무가 몇 백 년 동안 물의 감옥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네요.

제 소심한 성격 탓에 굳이 밝히지 말아도 될 것을 한 줄 덧붙이게 되네요.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그대의 슬픔도 꽃이 될 수 있다는 것 분명히 추신으로 덧붙여놓고 이 글 마쳐야되겠네요.

아참, 추신 하나 더 남았네요. 시인은 시작노트에서 ‘모든 시련이 꽃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꽃은 시련과 장애를 건너야 꽃이 된다’고 말하고 있네요.

 

   
▲ 장병훈 편집위원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