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불면 - 박라연

이원석(문엄) 2009. 4. 13. 12:25

            불면

                                박라연

누군가의 손짓일 것입니다

독 속의 쌀을 싹싹 긁어 굶주린 허공에게

밥을 지어 먹이자는,

 

 

시인의 에너지는 불면에서 온다.

“눈물도 식량인데” 라니, 참 기가 막힌다. 눈물도 식량이라니,

시인은 그의 또 다른 시, ‘낡아빠진 농사’의 첫 줄을 ‘눈물도 식량인데’라고 시작했다. 참, 어떻게 보면 시라는 것이 ‘한 줄의 미학’이라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즈음이다. 그 가난한 한 줄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불면의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것인지,

그대의 삶도 고요 가운데 가만히 뒤척여보라. 불면의 눈물이 없었더라면, 그대 뜨락에 피어난 꽃망울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오늘부터,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가로수의 꽃잎들을 예사롭게 보지 말아라. 눈물의 역사가 쌓아올린 찬란한 삶의 흔적인 것을 깨닫고 또 깨달아야한다.

“독 속의 쌀을 긁어 굶주린 허공에게 밥을 지어 먹이자는,”는 표현은 결국은 시인의 갈비뼈에 숨어있는 언어들을 빡빡 긁어모아 허기진 삶에 밥을 지어 먹이자는 또 다른 몸짓이겠지.

 

   
▲ 장병훈 편집위원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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