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다정에 바치네 - 김경미

이원석(문엄) 2009. 4. 6. 08:22

다정에 바치네

                                        김경미


당신이라는 수면 위
얇게 물수제비나 뜨는 지천의 돌조각이란 생각
성근 시침질에 실과 옷감이나 당겨 우는 치맛단이란 생각
물컵 속 반 넘게 무릎이나 꺾인 나무젓가락이란 생각
길게 미끄러져버린 검정 미역 줄기란 생각

그러다
봄저녁에 듣는 간절한 한 마디

저 연보랏빛 산벚꽃 산벚꽃들 아래
언제고 언제까지고 또 만나자

온통 세상의 중심이게 하는

 

 

봄저녁이면 발병하는 `다정`이라는 간절한 병

다정도 병인가요? 분명 다정도 병 맞습니다. 세상 천지에 그보다 깊은 병을 알지 못합니다. 봄날 지천으로 흩날리는 꽃잎도 심히 그대 마음을 어지럽히는데 단단히 한 몫 할 뿐이겠지요.

'당신 위라는 수면 위' 쉽게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봄저녁은 더욱 아득할 뿐입니다.

그러나 산벚꽃 아래서 만나자는 그 말씀은 세상의 중심을 바꾸어 버리는 일이겠지요. 온통 세상의 중심을 바꾸어 버리는 그 간절한 말씀,

이래저래 꽃 피고 지는 봄날은 온통 현기증 뿐입니다.

 

   
▲ 장병훈 편집위원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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