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문화유산 자료/영천문화유산 답사기

47.“ 진불암 계곡 부처굴이 제1석굴암이래요”

이원석(문엄) 2011. 12. 1. 10:39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 삼존불 봉안했던 석굴 발견

 

봄을 마중하는 비였지만 제법 굵어진 빗방울이 주위의 기온을 떨어뜨리면서 한겨울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상쾌했다.

 

“드디어 찾았다!” 2010년 3월 6일 봄비가 대지를 적시는 가운데 팔공산 치산벨트 염불골 계곡의 물소리가 만들어내는 청아한 소리와 한가롭게 산새들이 일대를 날아다니면서 평온함을 선사했다.

 

1942년 조선총독부 식산국 산림과에서 임야 가운데 있는 고적 유물을 조사해 고적대장을 만들고 그것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朝鮮寶物古蹟調査資料)』를 기초로 지난 2006년 3월 19일 첫 답사를 나선 이래로 거의 4년만이다.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의 영천군조의 불상항에「팔공산 아래 진불암 계곡의 암석지내(巖石地內)의 일부에 수도사에서부터 약 20정(약 2.2km), 진불암에서 수정(겤町:1정은 약109m)의 산중턱에 거대한 화강암 굴속에 자연석에 조각한 높이 3척, 흉폭 1척8촌의 좌불상 1구, 높이 3척4촌 흉폭 1척2촌과 높이 2척5촌, 흉폭 1척2촌의 수호불 각 1개가 있는데 표면에 균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완전하고 다른 두 구는 일부 파손된 곳이 있어도 거의 완전에 가까우며 근처에 분쇄되어 버린 2, 3구가 있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해 11월 18일과 이듬해인 2007년 4월 15일 경북대학교 역사교육학과 교수 및 학생들의 답사 이후 관망하다가 지난해 8월 팔공산이 좋아 진불암과 건너편 동아골에서 20여년간 생활했던 진불암의 산역사로 알려진 삼봉스님(73)을 만나기 위해 군위군 고로면 낙전리의 보림암을 찾아가기도 했다.

 

지난달 말 영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박성찬(49)씨가 대구 팔공산지킴이가 석굴을 찾았다는 제보를 해왔다. 팔공산지킴이 카페지기 서태숙(49)씨와 연락을 취하면서 2월 28일 홀로 나섰지만 녹지 않은 눈때문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3월 4일 기어이 석굴을 찾았다며 퇴근 무렵 필자를 찾아온 박씨가 입구부터 석굴까지 필자를 위해 표시를 해뒀다고 했다. 마음이 급해져서 찾기 위해 떠나는 마지막 답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팔공산지킴이 서태숙 씨로부터 함께 가자는 연락이 왔다.

 

6일 오전 대구 팔공산지킴이 조명래(53·경주 불국사 문화재위원/문화유산해설사)·박용근(55)·서태숙(49) 회원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중 답사에 나섰다.

 

공산폭포를 지난 후 현수교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직진하면 진불암 1.3㎞, 동봉 3.2㎞, 수도사 1.7㎞ 지점에 6·25동란 이후 산판을 했던 제재소 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개울을 건너지 않고 등산로를 죽 따라가다가 갈림길에서 위로 올라가면 거대한 화강암 석굴이 우뚝서있다.

 

석굴은 입구 폭 230cm, 높이 140cm, 굴 안 가로 폭 470cm, 최고높이 190cm, 길이 490cm의 아치형으로 성인 7-8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입구 우측의 바위에 넘어진 나무뿌리로 인한 파손이 있어 보수가 필요하고, 굴 안의 바위도 손으로 당기면 떨어지나 대체로 양호한 상태이다. 수도사에서 동남쪽으로 약20정(2.2㎞)이지만 직선거리는 650m 정도이며 GPS로 측정해보니 해발은 620m정도였다.

 

석굴은 찾았지만 삼존불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일본으로 건너갔을 수도 있고, 6·25사변 후 산판(벌목 또는 벌목을 하는 곳을 가리키는 강원도 사투리)을 하면서 누군가가 가져갔을 경우 등으로 추측되지만 삼존석불의 존재는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고려 말 승려 신돈이 실각하면서 일대의 불상을 부처굴에 모두 숨겼다고 합니다. 좋은 불상은 모두 일본으로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산판 당시 인부들이 '저안에 부처 들었다'며 굴을 향해 손가락질하면 반드시 다쳤어요.”

 

내려오는 길에 산 아래 마을인 치산리에서 자랐다는 대한불교태고종 영지사 주지 이상열(72)씨를 방문하니 어릴 때 기억을 이야기했다.

 

이씨는 이어서 일설에는 우리나라에 3개의 석굴암이 있는데 경주석굴암이 제3석굴암이고 군위삼존석굴이 제2석굴암이며, 치산계곡에 있는 석굴암 즉, 부처굴이 제1석굴암이라는 얘기가 전해진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