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선운사 동구

이원석(문엄) 2010. 2. 22. 11:38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서정주(1915~2000)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못보고 돌아선 임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살아오는 법이다.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임의 얼굴은 붉게 타오르는 동백꽃인 것이다.

‘선운사 동구’ 이 시가 나온 후, 선운사 동백은 더욱 붉어졌다는 것을 아시는가? 시인이 활짝 열린 동백을 보고 돌아왔다면, 동백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색깔을 가질 수는 없었다는 것을 아시는가? 동백꽃이 울음을 터뜨렸더라면, 동백꽃 붉은 울음을 삼키는, 막걸릿집 여자의 목쉰 육자배기 가락도 없었다는 것을 아시는가?


   
▲ 시인 장병훈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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