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참꽃 -안도현(1961~ )

이원석(문엄) 2010. 3. 14. 19:43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저기

오는 봄

역적같이 오는 우리 봄을 보아라

얼음 겹겹 근심 쌓인 어깨를 벗고

기를 쓰고 능선을 넘어오는

참꽃 보아라

긴 싸움 끝에

그 쓰린 상처 위에

그리하여 눈물짓듯 덥썩 가슴에 와 안길 듯

차랑차랑 돋아나는 우리 사랑 보아라

설움도 눈이 부셔

나는 노래로도 이 봄을 다 채울 수 없는데

저 맵디매운 조선처녀 보아라

돌이킬 수 없는 꽃

지쳐 돌아온 오늘밤 그대에게

찬란히 몸 열어 넋까지

끝내 바치고야 말 꽃

참꽃을 보아라

 

그래, 역적 맞지. 역적 같이 질긴 작당 없이 어떻게 봄을 볼 수 있겠는가? ‘맵디매운 조선처녀’ 아니고서야 어찌 참꽃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자, 어떻게 할 것인가? 너, 꽃 될래?
얼음 겹겹 아래에서도 고개 치미는 역적정신 없으면 너, 꽃 될 수 없다는 것 단단히 알아야 한다.

또, 한 가지 더 알아야 한다. ‘찬란히 몸 열어 넋까지/ 끝내 바치고야 말 꽃’ 안 될 것 같으면, 애당초 포기해야한다. 꽃 되겠다는 허무맹랑한 장난질 말이다.

 

   
▲ 시인 장병훈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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