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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칼럼] 감세정책 문제 없나?

이원석(문엄) 2009. 8. 10. 11:51

이필상(고려대 교수, 전 고려대 총장) jhs01000@hanmail.net

   
▲ 이필상(고려대 교수, 전 고려대 총장)

정부의 감세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크게 늘였으나 경기침체로 인해 세수가 줄어 재정적자가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가채무가 308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국가채무는 366조원으로 증가한다. 연간 이자 부담이 20조원에 육박한다. 국가채무의 누적규모가 늘어나면 예산운용이 어려워 정부의 공공정책기능이 위축된다. 더 나아가 국가신인도가 떨어져 국제교역은 물론 국방과 외교 등 국력발휘에 악영향을 미친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이미 확정된 법인세와 소득세의 인하계획의 유보를 내비쳤다. 또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고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도 한도를 줄일 방침이다. 여기에 증여상속세의 인하 추진도 중단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다주택자의 전세 임대소득 과세, 술과 담배에 대한 죄악세 강화 등 갖가지 증세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뜻하지 않게 기업과 근로자의 세 부담을 줄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성장을 통한 분배라는 기본정책기조가 후퇴하고 MB노믹스의 핵심이 와해되고 있다. 정부는 대국민 약속인 감세정책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 감세정책은 자본주의 생명인 시장기능의 숨통을 트게 하는 활력소이다.

실제로 법인세와 소득세 등 국민의 조세부담을 덜어줄 경우 기업들의 투자의욕과 근로자들의 높아진다. 또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 투자와 소비가 맞물려 살아나는 선순환을 구축한다. 따라서 시장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순기능을 발휘한다.

1980년대 미국은 레거노믹스에 따라 대규모 감세정책을 편 바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끝내 시장기능에 의한 투자활성화와 정보통신 등 대대적인 신산업 발전으로 세계경제 주도권을 다시 찾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지금 세계는 시장경쟁력을 강화하여 다른 나라 경제를 제압하려는 소리 없는 경제 전쟁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태에서 세금을 더 거두어 시장기능을 거꾸로 위축시킨다는 것은 스스로 기회를 포기하고 경쟁의 대열에서 뒷걸음질을 하는 행위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특히 최근 들어 무직자가 350만 명을 넘어 서민들의 생활고가 극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세금을 더 거두어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양극화 문제는 기본적으로 일자리 창출로 풀어야 한다. 내수산업 발전과 중소기업 육성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추어 경제의 고용창출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리하여 서민들이 세제상 지원보다는 스스로 일을 해서 소득을 벌고 재산을 늘리는 것이 근본대책이다. 그러나 소득격차가 이미 심각한 이상 조세의 소득재분배기능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감세정책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하되 투기나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고 음성소득에 대한 세원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여기서 재산세, 증여상속세, 양도소득세 등 부유층에 대한 조세부담은 상대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술 담배의 소비에 대해 세금을 걷는 것과 같은 반서민적 증세정책은 멈춰야 한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증세로 정책기조를 바꾸어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 정부는 과도한 재정팽창정책부터 지양해야 한다. 시중에는 이미 부동자금이 800조원이 넘게 풀려 경제를 다시 투기거품으로 들뜨게 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진정된 이상 정부지출을 늘리는 정책보다는 부동자금을 산업자금으로 흐르게 하는 경제정책을 펴야할 때이다. 이렇게 하여 경제가 살아나면 예산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세원이 확대되어 세수가 늘어난다.

여기에 정부는 조직과 사업을 축소하여 작고 효율적인 정부로 바뀌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실로 올바른 정책기조와 자기개혁으로 경제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시급한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