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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대체 방안

이원석(문엄) 2009. 7. 30. 10:14

윤종건(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전 교총 회장) ycnews24@hanmail.com

   
▲ 윤종건(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전 교총 회장)

동문서답 같지만 사교육 대체방안은 없다. 사교육은 그 나름대로 공교육을 보완하고,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또 다른 교육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이 지구상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한 사교육은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교육이 공교육의 존재를 위협하고, 가정경제를 파탄시킬 위험마저 내포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정상적인 발육을 저해하는 등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까닭이다.

사교육문제의 원인은 대학입시제도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의 두 가지다. 좋은 대학을 가려면 수능과 내신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많이 알고 문제를 잘 풀어야 하는데 공교육이 뒤를 받혀주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은 대학의 요구에 맞춰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는 교육에 치중하고 서열화하는 데만 관심을 둘 뿐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사교육에 대한 선호도를 낮추려면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법을 바꿔 성적순으로 학생을 뽑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여 학교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논리는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지금 대학들은 입시제도를 개혁한답시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교과부의 또 다른 획일화정책의 희생양이 되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오히려 불안하다. 언제 또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공교육을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자율화 학교를 확대하고, 교장공모제를 확대하고, 교원평가제를 서둘러 도입하는 등 법석을 떨고 있지만 그러한 방안들이 과연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일 올바른 처방으로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교육은 교원들이 한다. 아무리 구호를 요란하게 내 걸고 위에서 닦달을 해도 교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교육은 결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일부 시도에서는 최근에 교원들의 비리와 부조리를 뿌리 뽑겠다며 촌지신고를 하면 보상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가 곧바로 철회했다. 선생님들은 웃는다. 교육계에 비리가 있다면 교원인사비리가 더 크고, 각종 교육관련 공사와 연계된 비리가 더 크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눈 감고 아웅 하는 식의 정책으로 교원들의 사기만 떨어뜨리면서 공교육이 개선되고 신뢰가 회복되리라고 본다면 한참 잘 못된 것이다. 교원들은 자존심을 먹고 산다. 그들이 신바람이 나야 교육은 활성화될 수 있다. 차라리 학원교사들처럼 학력을 향상시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체제를 마련하여 경쟁을 시키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교육은 학력이 전부가 아니다. 전인교육이다. 아이들이 맑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 학교의 몫이고, 교원들의 사명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아이들은 비록 학력은 세계 최고지만 심신이 지치고 병들어 가고 있다. 공부가 싫어 학교를 뛰쳐나가거나 가출을 하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학교폭력과 비행청소년과 청소년범죄, 청소년의 자살률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모두 교육정책의 잘못에 그 책임이 있다. 아이들은 학교보다 학원을 더 좋아한다.

사교육에 대한 대책을 논하려면 학원영업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는 유치한 정책을 펼치지 말고 ‘아동 및 청소년 건전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으면 비록 부모라도 억지로 과외를 시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의 행복권을 보장하고, 그들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명분도 충분하다. 8시간 이상의 노동을 금지하는 것과 같이 정상적인 심신발달을 저해하는 과도한 과외는 비록 본인이 원해도 철저하게 규제해야 한다. 공부보다 건강한 성장과 발달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과외허용시 학습효율성의 원리에 따라 달리 규제해야 한다. 사교육 대책은 엄청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과 기본 인권과 행복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

교육은 경제논리로 풀려고 하지 말고 교육논리로 풀어야 한다. 대학입시는 대학에 맡기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고, 보고 싶은 선생님이 계신,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드는 일이 사교육을 줄이는 유일한 대안이다.

사교육 대체방안이 아니라 아이들이 맑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할 수 있는 처방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정치권의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