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겨울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영하의 날씨에 전날 강원도에는 30㎝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는데 왜 하필 그곳으로 가고 싶어지는 걸까?
함박눈이 내려 솜털 옷을 입고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가 그리웠고 찬바람을 맞으면서 유서 깊은 정자에서 겨울바다를 내려다보고 싶었다.
관동팔경중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제일경으로 불리는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송림에 자리 잡은 월송정(越松亭)이 그곳이었다.
고려시대에 창건돼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찾아와 풍광을 즐기며 흔적을 남겼던 곳으로 이층누각에 오르니 확 트인 동해바다를 아름다운 설경과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울진군 온정면 온정리에 자리 잡은 53℃의 무색무취한 온천수로 온천욕에 적당한 백암온천. 신라시대부터 약효가 뛰어난 온천으로 알려져 왔으며, 창에 맞은 노루를 쫓던 사냥꾼이 발견했다는 전설과 함께 백암사 승려가 기와집에 석조탕을 설치해 온천욕을 즐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만성피부염, 중풍, 부인병, 동맥경화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해서 온천욕을 즐겨보았다.
겨울바다와 부두를 보기 위해 후포항을 찾았다. 전날 내린 폭설로 인적은 뜸했지만 언덕배기에 있는 등대와 등대공원, 울릉도/독도를 운항하는 여객선터미널, 방파제, 울진대게홍보전시관 등이 어우러져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여객선은 승객이 적은 9-11월은 휴항을 하며 이날도 폭설 탓인지 터미널이 굳데 잠긴 채 운항을 하지 않았다.
울진대게홍보전시관은 대게의 집게다리를 형상화한 6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모형, 영상, 실물전시, 입체적인 그래픽 패널 등으로 흥미롭게 대게와 붉은 대게를 만날 수 있다.
관람객들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으로 대게 스탬프 찍기와 대게잡이 어선 조립하기 등이 마련돼 있으며 대게 맛있게 먹는 법, 싱싱한 대게 고르는 법도 사진자료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영덕군 영해면 괴시마을에 들렀다. 처음에는 호지촌이라 부르다가 고려 말 목은 이색 선생이 괴시라 고쳤다고 한다. 고려말에 함창 김씨가 마을에 입주했고 그 후 수안김씨, 영해신씨와 영양남씨가 세거했으나 지금은 영양남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으며 보존문화재로 지정됐다.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 선생과 함께 여말 ‘삼은’으로 추앙받고 있는 이색 선생이 나고 자란 곳으로 비록 그는 6백 년 전 고려왕조의 풍파와 함께 백골이 되었지만 그의 정신은 여전히 이 마을에서 숨 쉬고 있다.
설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즐긴 겨울여행! 이 겨울이 지나기 전에 한 번 더 기회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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