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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15 특별사면에 감사드립니다. - 최기문 전 경찰청장

이원석(문엄) 2010. 8. 14. 10:07

8ㆍ15 특별사면에 감사드립니다. 
최기문 전 경찰청장 gmchoi8888@naver.com

   
▲ 최기문 전 경찰청장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11대 경찰청장을 역임(2003. 3월~2005. 1월)했던 최기문입니다.

저는 8ㆍ15 특별사면에 감사드립니다. 8ㆍ15광복절을 맞이하여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았습니다. 기나긴 인생의 암흑 터널을 빠져나온 듯 만감이 교차합니다.

국가와 사회에 지게 된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대통령님과 정부의 사면조치에 대하여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어려움에 처한 저를 끝까지 신뢰하고 격려해주었던 가족과 전ㆍ현직 경찰동지들, 그리고 항상 따뜻한 위로를 보내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3년간은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경찰조직의 명예를 지키고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해야 할 전직 경찰총수가 사안의 진실과 경중을 떠나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사건에 연루되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제 인생의 전부였던 경찰조직에 누를 끼친 데 대해 참담할 뿐이었습니다.

홍영기 前 서울경찰청장과 장희곤 前 남대문경찰서장 등 경찰의 훌륭한 경찰후배들이 이로 인해 조직을 떠나거나 처벌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다만, 사건의 경위와 내용이 일부 과장되거나 잘못 알려진 부분들이 적지않아, 그동안 제 가슴에 담아왔던 진실을 이제라도 밝히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처음부터 사건수사에 개입하여 이를 축소하려거나 은폐하려 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최초에 그룹 고위 임원진으로부터 사건의 내용을 알아봐 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시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사건 접수여부만 확인했을 뿐이고, 서울경찰청장에게도 사건이 접수될 경우 공정하게 처리해 달라고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단순한 폭행사건 정도로 알고 사회통념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통화했던 것이 이런 결과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둘째, 전직 경찰청장은 물론이고 현직 경찰청장이라 하더라도 사건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은 현재 경찰의 권한과 분위기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경찰은 형사소송법상 수사종결권이 없어서 경찰에서 입건하거나 인지한 모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경찰수사관이라면 누구나 송치후 검찰의 재수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비록 현직 경찰상급자의 지시라 하더라도 불법ㆍ부당한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물며 퇴임 2년이 지난 저의 전화 한 통화가 사건을 좌지우지 한 것처럼 알려진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셋째, 형법상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민간인이 처벌받은 것은 제가 처음으로, 법원의 판결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이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현직 공무원 신분이 아닌 사람은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프랑스, 일본 등 외국에서 조차 민간인에게 이 조항을 적용한 사례가 없으며, 상당수의 법조인들도 비록 대법원 판결이긴 하지만 법적용과 해석에 대해 다툴 부분이 많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저로서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점입니다.

물론 아쉬움이 있더라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미처 살피지 못하고 보다 신중하게 처신하지 못한 것은 저의 불찰이자 부덕의 소치입니다.

지난 일로 목숨 보다도 소중한 명예도 잃어 보았기에, 오늘의 사면이 주는 의미를 소중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간 지쳤던 몸과 마음도 새롭게 추스르고 조금이나마 경찰조직과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려 합니다.

다시 한 번 그동안 따뜻하게 위로해주시고, 큰 힘이 되어주신데 대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2010년 8월 13일                                                                         

최 기 문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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