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유난히 좋아하던 두 청춘남녀가 있었습니다. 매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사랑을 속삭였고 미래를 설계하면서 아름다운 시간들을 나눴습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서로를 위해주던 이들에게 1991년 우울한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사소한 사랑다툼에 애써 외면으로 일관했던 5개월여 시간.
짧은 시간에 이들에게 엄청난 변화가 생겼습니다. 홧김에 대구에서 서울로 직장을 옮긴 남자에게 여자로부터 한 통의 슬픈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나 결혼해!” “결혼식에 올 수 있어?” 대답을 피한 남자는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뜻밖의 상황에 당황해서 참석할 수가 없었습니다. 남자도 몇 개월 후 다른 여자와 결혼했습니다.
지인들을 통해 먼발치에서 서로의 소식을 들으면서도 20여 년 간 만남이 단절됐던 이들에게 마침내 만남의 끈이 이어졌습니다. 남자가 며칠 전 교육 연수차 강릉을 찾으면서 이들의 만남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경포호수를 걸으면서 지난 20년간 너무도 변하지 않은 서로를 보면서 신기해했고 “우리 그때는 세상을 너무 몰랐고 순진했지?”하며 옛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우리 커피 마시러 갈래?” “강릉에는 좋은 카페가 많아.” 여자는 강릉 안목해변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여자가 자주 간다는 안목해변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받아들고 바닷가로 나온 이들은 자동차 안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지나온 삶을 노래했습니다.
잔잔한 파도에 취해 20년 전으로 돌아간 이들에게 커피는 인생이고 추억이며 삶의 피로를 푸는 활력소였습니다. “우리 그때 참 좋았지?” “응, 그런데 많이 아쉽기는 하다.” 남녀는 전에도 좋은 친구였으니까 앞으로도 좋은 친구가 되자고 약속한 후 서로의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커피로 만나 추억을 쌓은 후 아픈 기억을 가진 이들에게 커피는 슬픈 산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강릉 해변에서 마신 이 한 잔의 커피는 더 이상 그들을 슬프게 하지 않았습니다.
강릉 안목해변에서 마신 추억의 커피
물안개가 희뿌옇게 내리는
강릉 안목해변의 한 카페
조그만 빗방울이 썰매 타듯
유리창 너머로 흘러내리고
마주한 두 남녀에게는 정적이 감돌았다.
20년 전 안타까웠던 추억을 되새기며
창가에 앉아서 마시는 커피는
지난 시절을 회상해도 되돌릴 수 없는
안타까운 시간들의 몸부림이었다.
“우리 그래도 그때가 참 좋았지?”
슬픈 산물이었던 진한 커피향을 음미하며
서로의 지나온 삶을 얘기했고
다시 좋은 친구가 되기로 약속하고
추억을 되새기며 마신 한 잔의 커피는
인생이고 추억이며 삶의 피로를 푸는 활력소였다.
지금 이 시간 아파트 베란다에서
세차게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그대도 나와 같이
창가에 앉아 커피한잔 마시며
내 생각하고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했다.
☞ 조만간 사랑하는 아내와 강릉에 커피마시러 와야겠습니다.
극적인 만남이 있어서 즐거운 인생
내가 탄 영천문화원 역사문화탐방 4호차가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로 막 진입하려는 순간 마침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지금 여주휴게소에 있는 것 아니야? 나 지금 여주휴게소에 있는데…. 2호차 바로 옆에 있어" "나 지금 휴게소로 들어가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
다급하게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에 잠시 얼이 빠지는듯 했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어르신들을 모시고 탐방을 다녀오는 길에 잠시 쉰 후 다시 출발하려는데 영천문화원 버스가 들어오길래 나도 주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전화를 한 것이다.
20년씩 못만나던 사람이 지난 7월 강릉 교육에 이어 불과 3개월만에 전혀 예기치 못했던 곳에서 만나다니, 우연치고도 참 묘하다.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 때문에 3분여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반가움을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다. 즐거운 추억을 안겨준 기막힌 만남, 극적인 요소가 있기에 인생이 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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