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뉴스24/시와 연애를 하자(장병훈 편집위원)

축! - 조말선

이원석(문엄) 2009. 5. 31. 23:43

       축!

                        조말선
                  
카페인 없는 커피를 마셨습니다
알콜 없는 맥주를 마셨습니다
전쟁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경험 없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섹스 없는 섹스를 했습니다
너 없는 너를 안았습니다
나 없는 나를 맛보시겠습니까
저 잠깐 집에 다녀와도 될까요
나 없는 나를 빌려 갈게요
요 앞 사거리에 비싼 값에 경험할
수 있는 학원이 새로 생겼답니다
비만이 걱정 인가요
지방 없는 지방을 드세요
첫 경험은 너무 아마츄어적이잖아요
진지함은 너무 우스워요
내가 뚱뚱하다구요
지방 없는 지방일 뿐인 걸요
보세요, 당신도 둥둥 떠오르잖아요
훨씬 가벼워졌군요
경험 없는 경험을 즐기셨군요
밍크 없는 밍크 같은 것이죠
죽은 꽃다발에 매단 축! 에 흥분하지 말아요
표정 없는 표정을 지을 때입니다

 

 

영혼을 다이어트해서는 안 됩니다.

육체의 앙꼬는 영혼이 아니겠는가? 앙꼬도 없는 육체를 이끌고 살아가는 일은 가혹하다. 카페인이 없는 커피는 이미 커피가 아니다. 알코올도 없는 맥주를 마시는 일은 너무 서글프다. 너 없는 너를 안는 일은 영혼을 기만하는 일이다.

영혼마저 다이어트는 하지 말 것! 아무리 무겁고 때론, 삶이 버겁더라도 영혼은 버리지 말 것! 나없는 나로 살아가는 일, 영혼을 걸고 용서하지 말 것!


 

 

   
▲ 시인 장병훈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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