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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학자의 학문과 경륜 활용했으면…

이원석(문엄) 2008. 3. 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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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학자의 학문과 경륜 활용했으면…

2008년 03월 30일 (일) 13:52:05 이원석 기자 ycnews24@hanmail.net

   
▲ 이원석 기자

“성곽의 종류를 알고 있는가?” “고천서원에 배향되어 있는 인물들이 누군지는 알아야지?” “이자겸과 영광굴비에 대한 사연을 이러하네.”

노학자의 학문의 깊이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심오했다. 방마다 빽빽이 꽂혀있는 고서들을 설명하는 눈빛에서는 즐거움이 느껴졌다.

단포우체국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김승환 우체국장(영천향토사연구회 사무국장)과 함께 이한기(81) 선생님을 만났다. 1시간여 동안 삶의 교훈을 주시더니 뭔가 아쉬운 듯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영천의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글을 쓰면서 참고했던 시 군지나 기타 책들 말미의 감수에 늘 따라다니던 그분의 이름이 기억나면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두 시간 여에 걸쳐 서재와 공부방을 오가며 성현들이 가르침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쉽게 풀이한 자료와 ‘덕천서원존모록’도 한권 얻었다.

 

대학교 강의와 대구교육문화원에서 학생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현장체험학습 교수로 많은 활동을 했고 집으로도 많은 젊은이들이 찾아왔었는데 요즘은 불러주는 데가 없다며 다소 서운한 기색을 보였다.

 

고경 탕건묘에 대한 유래를 듣고 언젠가 영천향토사연구회 답사 때 꼭 찾아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선생님 댁을 나섰다.

다음날 오전 어제 잘 들어갔느냐며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주에 있는 포은 정몽주 선생님 유배지로 답사를 떠난다며 다음에는 꼭 같이 가도록 하자는 말씀을 남겼다.

   

 

지난해 작고가신 권혁민 전 임란한천승첩기념사업회장님 생각이 난다. 2005년에 우연히 내가 쓴 기사를 보고 터미널 밑 다방에서 만난 후 2년간 꾸준한 만남이 이어졌다.

덕택에 가상리 일원에 있던 풍영정, 혈등, 가상리 성지, 백학서원터 등을 답사하고 글로 남겨둘 수 있었지만….

영천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하시던 어르신들이 점차 뒤안길로 물러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분들의 경륜과 긴 세월동안 쌓아온 심오한 학문을 물려받을 후배가 없는 상태에서 그냥 보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르신들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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