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뉴스24/답사와 여행이야기(이원석 편집위원)

‘마음 닦는 선사’ 선암산 배맬골 보림암을 아세요?

이원석(문엄) 2012. 10. 2. 08:57

‘세상살이 내려놓고 차나 한잔 드시게나’
- ‘마음 닦는 선사’ 선암산 배맬골 보림암을 아세요?
이원석 기자, 2009-08-05 오후 9:25:01  

여보게!
세상살이 다 내려놓고
차나 한잔 드시게나
생이란 무생사는 본래가 허망한 것
맘자락 편히 내려놓고
만상을 들춰보게나

여보게!
세간 명리란
다 그런 것 있으나 없으나
모두 버리고 갈 유산인데
무에 그리 얽매이나

여보게!
세상살이 다 내려놓고
차나 한잔 드시게나

<보림암 가는 길>
 
청학스님이 쓴 ‘끽다거(喫茶去)’ 등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시 10여편이 곳곳에서 길을 안내하면서 보림암(寶林菴)을 찾아가는 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잠시나마 더위를 식혀줬다.
 
영천에서 청송방면으로 가다가 상송에서 군위 고로방면으로 좌회전을 받아 20분정도 더 나아가면 석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낙전리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5분정도 들어가다 보면 보림농원이란 팻말이 세워져 있다.
 
도로변에 자동차를 주차한 후 고추밭을 지나고 징검다리를 건너 30여분 걸어 올라가니 선암산(船岩山, 878.7m) 8부 능선쯤에 보림암이 나타났다.
 
선암산은 정상부근이 배처럼 가운데가 움푹 파져있어 붙여졌으며 옛날 한 도인이 이곳에서 배를 띄울 것이라고 예언해 일명 배맬골로 불리고 있는데 화북댐 건설과 맞물려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여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천도재나 염불 등 돈으로는 절대로 극락에 갈 수가 없습니다. 먼저 마음을 닦아야 합니다. 내 몸을 끌고 온 주인공이 누군지 찾아야 됩니다.”
 
6년전 이곳으로 들어와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밤에는 수행 정진하고 있는 삼봉스님(72)은 팔공산 진불암의 산 역사로 알려져 있다.
 
팔공산이 좋아 진불암과 건너편 동아골에서 20여년간 생활했던 삼봉스님이 40년전 일궜던 화전밭으로 버려져 있던 이곳으로 들어온 것은 6년전으로 진불암 시절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부터 큰스님을 16년째 모시고 있는 자비스님과 함께 필사적으로 밭을 개간했다고 한다.
 
다리를 놓고 축대를 쌓으며 낙전리에서 올라오는 길을 새로 만들고 밭에 고구마, 홍화, 참깨, 들깨, 옥수수, 고추 등을 심어 자급자족하느라 힘이 부친 삼봉스님은 생식을 하다가 지난해부터 화식으로 식사를 바꿨다.
 
부산 범어사에서 구속계를 받고 월정사에서 출가해 승려생활 40년째인 삼봉스님은 몇 년 전부터 승적이 없다는 잘못된 소문이 퍼지면서 3년 전부터 보림암에 신도들의 발길이 끊어졌다고 했다.
 
자비스님은 “진불암을 떠나면서 은해사에 주지증을 반납한 것이 승려증을 반납한 것으로 와전된 것 같다. 큰스님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것이 수행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시지만 진실은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개울의 징검다리와 나무다리, 한적한 숲길, 훌훌 옷을 벗고 뛰어들고 싶을 만큼 깨끗한 계곡물, 탁 트인 시야…. 보림암을 오가면서 잠시나마 속세를 떠나 선계에 든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영천뉴스24 이원석 기자 ycnews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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