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뉴스24/답사와 여행이야기(이원석 편집위원)

‘월선 띄우고 낚싯대 드리운 성고구곡’ 세 번째 답사

이원석(문엄) 2011. 11. 28. 02:04

‘월선 띄우고 낚싯대 드리운 성고구곡’ 세 번째 답사 
영천향토사연구회- 경북대학교 퇴계연구소 ‘3백년 전 절경을 찾아서’
이원석 편집위원 ycn24@hanmail.net

병와 이형상 선생이 1702년 영천성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중 아홉 군데의 절경을 노래한 성고구곡(城皐九曲).

 

   

범월병(泛月屛), 서운암(棲雲巖), 하수구(下水龜), 만세정(晩洗頂), 야연층(惹烟層), 적파선(寂波禪), 정부장(鼎扶莊), 사박협(沙搏峽), 청통사(淸通社)….

 

   
▲ 일곡 범월병

주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으로부터 연원되어 조선 성리학자들이 퇴계 및 율곡의 도학(道學)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구곡관련 문화를 향유하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구곡문화. 구곡원림은 단순히 아홉 굽이의 자연공간이 아니라 성리문화 구현의 공간이었으며, 이를 통해 도학을 체득하고 표출해 전수하는 의미로까지 나아가 각처에서 향유되었다.

 

   
▲ 이곡 서운암

지형과 물길이 바뀐 3백년 전의 절경을 찾기 위한 시도는 이번(26일)이 세 번째다. 지난 2007년 7월 1일 영천향토사연구회에서 첫 번째 답사를 했고 같은 해 9월 27일 경북대학교 퇴계연구소 김문기 소장, 강정서 연구원과 다시 찾은바 있다.

 

   
▲ 삼곡 하수구

보고서를 내기 전 마지막 답사였던 이날 영천향토사연구화원들과 퇴계연구소 연구원들은 그 동안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대략적인 결론을 내었다.

 

   
▲ 사곡 만세정

‘깊은 여울에서 월선을 띄우고’란 문장을 볼 때 출발지는 구 석수탕 밑 부근, 일곡 범월병(병풍바위)은 조양각 아래. 이곡 서운암은 창대서원 자리, 삼곡 하수구는 호연정 아래 거북바위, 사곡 만세정은 영천성당 구사제관인 성사헌 아래, 오곡 야연층은 영서교 바로 옆 쪽으로 추정했다.

 

   
▲ 오곡 야연층

또 육곡 적파선은 중앙선 철교 상행선, 칠곡 정부장은 육곡에서 50여m 아래쪽의 절벽이 끝나는 부분, 팔곡 사박협은 중앙선 철교 하행선, 구곡 청통사는 물길을 돌아서 청통역이 있었던 오수동 건너편으로 유추했다.

 

   
▲ 육곡 적파선

   
▲ 칠곡 정부장

   
▲ 팔곡 사박협

   
▲ 구곡 청통사


城皐九曲(성고구곡)

總 論(총론)

千古幽盤屬地靈  천고의 유반(幽盤)이 지령(地靈)에 속하여
至今山色滿溪淸  지금까지 산 빛은 시내에 가득히 밝네
晦庵有咏陶山和  회암(晦庵)이 읊었었고 도산(陶山)이 화답했으니
我役城皐作棹聲  나 역시 성고(城皐)에서 뱃노래를 짓네

一曲 泛月屛(일곡 범월병)

一曲深潭泛月船  일곡이라 깊은 여울에서 월선(月船)을 띄우고
棹歌時復過前川  뱃노래 부르며 이따금 다시 앞 내를 지나네
無端一坐將軍閣  까닭없이 장군각(將軍閣)에 한번 앉아보니
朝暮空含萬井烟  아침 저녁에 일만의 집 연기만 머금고 있네

二曲 棲雲巖(이곡 서운암)

二曲奇巖自作峯  이곡이라 기이한 바위 자연히 봉우리를 이루었는데
棲雲深處謝塵容  서운암(棲雲巖) 깊은 곳에 속세를 사절하였네
禪心已厭承明直  선심(禪心)은 이미 승명려(承明廬)에 벼슬하길 싫어하니
此脚何緣到九重  이몸은 어떤 인연으로 구중궁궐(九重宮闕)에 들어갈까?

三曲 下水龜(삼곡 하수구)

三曲徐牽下瀨船  삼곡이라 하뢰선(下瀨船)을 천천히 당겨 놓고
龜巖爲席酒爲年  구암(龜岩)을 자리 삼고 술로 해를 보내네
林泉自足烟霞趣  산과 물의 자연히 연하(烟霞)의 취미 만족하니
何事公門謾乞憐  무엇 때문에 관문(官門)에서 부질없이 동정을 구하랴

四曲 晩洗頂(사곡 만세정)

四曲層層聳斗巖  사곡이라 층층히 큰 바위 솟아있는데
一株癯木翠毿毿  한 그루 깡마른 나무 푸르게 늘어져 있네.
明沙浩渺灘聲轉  밝은 모래 호묘(浩渺)하고 여울 물소리 굴러가니
歧處吾稱晩洗潭  갈라져 가는 그 곳을 만세담(晩洗潭)이라 일컫도다

五曲 惹烟層(오곡 야연층)

五曲灣洄洞復深  오곡이라 물 굽이 돌아오고 골짜기 다시 깊은데
是丘人曰惹烟林  이 언덕을 사람들은 야연림(惹烟林)이라 부르네
君看畢竟朝宗海  그대는 필경에 모든 물 바다로 모임을 보았는가
然後方知萬里心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만리의 마음 알게 되리

六曲 寂波禪(육곡 적파선)

六曲灘從九折灣  육곡이라 여울물 아홉 번 돌고 돌아 흘러서
更邀晴月夜臨關  밝은 달 맞이하려 밤이면 관문(關門)에 이르네
青山不語波光寂  푸른 산은 말이 없고 물결 빛은 고요하나
靜處非閒動處閒  고요한 곳이 한가함이 아니라 움직이는 곳이 더 한가하네

七曲 鼎扶莊(칠곡 정부장)

七曲竿垂第七灘  칠곡이라 낚시대를 제칠의 여울에 드리우니
鼎扶風致好誰看  정부장(鼎扶莊)의 좋은 풍치(風致) 그 누가 볼까?
羊裘一解苔磯上  양(羊)의 갗 옷 이끼 낀 낚시터에 벗어 놓으니
潭影如今帶月寒  못 그림자 이제에 달빛 받아 차가웁네

八曲 沙搏峽(팔곡 사박협)

八曲淸光面面開  팔곡이라 여기 저기 어디에나 밝은 빛 열렸고
亂峯如揖水沿洄  크고 작은 봉우리 읍(揖)을 하듯 물을 따라 돌아오네
臨流默識推遷義  물가에 다달아서 추천(推遷)하는 의리를 곰곰이 살펴보니
不遇沙搏定不來  사박협(沙搏峽) 못만나 물이 또한 오지 않네

九曲 淸通社(구곡 청통사)

九曲烟塵地勢然  구곡이라 좋은 경치는 땅의 형세가 원래 그래서인가?
後川形勝勝前川  뒷 냇물의 형승(形勝)이 앞 냇물의 형세보다 더 낫네
淸通驛裡爲爲事  청통역(淸通驛)서 하고 하는 일이란
半是人間馬上天  반은 인간에서이고 반은 마상(馬上)에서일세

(1702년 숙종28 壬午 병와가 지었고 密城 孫貴睦이 헌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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