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문엄)
2011. 1. 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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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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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장에 꽂혀진 아직 안 읽은 책들을 한 권 뽑아 천천히 읽어가듯이 안 가본 산을 물어물어 찾아가 오르는 것은 어디 놀라운 풍경이 있는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마냥 흘러가고픈 마음 때문이 아니라 산길에 무리 지어 핀 작은 꽃들 행여 다칠까 봐 이리저리 발을 옮겨 딛는 조심스러운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누대 갈참나무 솔가지 흔드는 산바람 소리 또는 그 어떤 향기로운 내음에 내가 문득 새롭게 눈뜨기를 자라서가 아니라 성깔을 지닌 어떤 바위벼랑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새삼 높은 데서 먼 산줄기 포개져 일렁이는 것을 보며 세상을 다시 보듬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직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사랑의 속살을 찾아서 거기 가지런히 꽂혀진 안 읽은 책들을 차분하게 펼치듯 이렇게 낯선 적요 속으로 들어가 안기는 일이 나에게는 가슴 설레는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재미없지는 않군요. 이제 조금 아는 듯해서 시시해지려고 하면, 가끔씩 숙제를 내주는 세월. 이 길이 그 길이고, 저 길이 이 길인 듯해서 대충 투덜투덜 걸어가려하면 어김없이 ‘낯선 적요’가 산이 되어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아직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사랑의 속살을’ 찾아가는 일은 가슴 설레는 일이겠지요.
가슴 설렌다는 것은 무언가에 꽂혀있다는 이야기도 된다는 것, 알고 있나요? 무언가에 꽂혀있다는 것은 제법, 인생을 뽐내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일이지요? 자, ‘가슴 설레는 공부’를 위해서 진지하게 들어가 봅시다. 어디로 들어가느냐고요? 그건, 들어갔다 나온 다음에야 얘기가 가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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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장병훈 |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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