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문엄) 2010. 5. 20. 07:23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내 마음은 온통 편지지입니다. 내 마음은 온통 잉크투성이 입니다. 날마다 너로 인해서 잉크가 충전됩니다. 날마다 너로 인해서 끝없이 펼쳐지는 편지지가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때 마다, 내 발걸음은 너에게로 향합니다. 아, 잠깐 번복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아주 사소한 풍경 앞에서도 내 발걸음은 너에게로 향하고 있다고 고쳐서 말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부디 너로 인해 한 점도 남김없이 풍화되는 생이 되기를!

 

 

   
▲ 시인 장병훈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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