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문엄) 2010. 4. 26. 07:41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최승호 (1954~ )

가슴이 있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공포와 비애와 우울과 불안,
고독과 절망과 그리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가슴 속에 들어있지 않은가
가슴이 있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렇다고 가슴의 서랍들을 다 빼버리고
텅 빈 가슴으로 살아갈 수도 없는 일
벽돌의 가슴이 없다
구름도 가슴이 없다
가슴이 있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래, 언제나 가슴이 문제였어. 가슴만 없었다면 너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야. 가슴만 없었다면 젊은 날의 피눈물나는 절망도 맛보지 않았을거야. 가슴만 없었다면, 돈 안되는 시인이 되지도 않았을거야. 가슴만 없었다면, 에, 또, 뭐 있지? 좌우지간 가슴이 내 인생을 피곤하게 했다는 것은 분명한거야.

그래, 그렇다면 문제의 가슴의 서랍들, 모조리 다 부숴버리는거야. 준비됐니? 뭐, 하루만 기다려달라고? (네. 하루만 기다려주세요.) 뭐할려고? (하루 동안만이라도 원없이 가슴 설레는 삶을 살고파요.) 뭐야, 가슴 때문에 힘들다면서, 가슴 설레는 일을 만나는게 또, 소원이라고? 대책없군. 그래 아무래도 가슴이 문제는 문제야.

 

   
▲ 시인 장병훈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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