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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교류협력의 새로운 발전 방향

이원석(문엄) 2009. 9. 21. 10:12

 
서재진(통일연구원 원장) jhs01000@hanmail.net

   
▲ 서재진 통일연구원 원장

최근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남북간에 교류협력을 본격화하기에는 아직 짚고 넘어가야할 원칙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추진원칙은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별성이 있다.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비핵화에 정책 우선순위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이후에 출범한 정부이기 때문에 핵실험하기 전에 출범한 이전정부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5월 25일에 2차 핵실험을 단행하였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 우선의 원칙은 바꾸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둘째는 북한에 휘둘리지 않는 남북관계, 갑과 을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관계를 정립한다는 원칙이다.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이라는 구호하에 교류협력과 경제지원을 추진하였으나, 북한의 변화보다는 북한에 휘둘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지난 1년 반 동안에도 북한이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을 핑계로 일방적으로 남북대화를 닫고 개성공단의 정상적 조업에 장애를 조성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왔다.

북한이 그 동안의 비방, 협박, 위협을 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대화와 교류를 하자고 하여 우리의 원칙을 허물면서 바로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교류협력에 호응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위에서 지적한 대북정책의 두가지 큰 원칙을 폐기하기 어렵다.

그런데 중장기적으로 남북 경협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금강산관광사업, 개성공단 사업외에 향후 새롭게 추진되어야 할 사업으로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우리 공산품의 대북 진출과 나진ㆍ선봉 경제특구 진출을 들 수 있다. 지금 북한의 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10-20% 정도가 가동되고 있고 나머지는 시장경제로 대체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시장의 공산품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공산품 및 생필품 시장에 우리 상품이 들어가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남한산 상품을 금기시하였는데, 김양건 통전부장이 남북간 직접교역을 하면 상호이익이 된다고 한 발언을 감안해 본다면 북한의 광물과 우리의 공산품을 청산 결재하는 방식을 추진해 볼 수 있다.

둘째는 나진-선봉 특구에 진출하는 사업이다. 이전 정부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추진하였다면 이제는 나진-선봉에 진출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이며 북한과 남한에 모두 이득이 되는 유망사업이다.

이미 나진-하산 철도연결 사업이 중국과 러시아의 큰 관심 속에 진전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11월 ‘두만강구역합작개발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항구를 빌려 동해로 나가는 출해권을 확보하여 이를 기반으로 동북(만주)지역에 외국기업을 대대적으로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러시아도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극동지역 개발에 관심이 크다. 특히 북한과 협의를 거쳐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나진-하산 54km 구간의 철도 보수공사에 착수하였고 나진항 3부두 개발권도 획득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본이 부족하여 한국이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지난해 9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나진-하산 구간 철도 개보수 사업 등 TKR과 TSR 연결사업에 합의하였다.

나진ㆍ선봉은 동북아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남ㆍ북ㆍ러ㆍ중 간의 인프라 및 물류협력의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나진-선봉 경제특구에 참여하고 항구개발에 참여하여 항구 사용권을 획득하면 우리 기업이 러시아에 진출하는 물류ㆍ교통의 교두보가 될 수 있고, 연변지역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훈춘에 이미 특구가 설치되었으나 진출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나진ㆍ선봉 특구지역은 청진까지 1시간 거리 요충지이다. 청진은 노동력이 풍부하고, 광산이 많고 공업단지가 있는 곳이다. 인근에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된 단천광산이 있다.

이 지역은 러시아와 100km 이내 거리이며, 러시아는 이 지역에 전기 수출을 희망하고 있어 전기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나진ㆍ선봉에는 이미 외국인투자법을 제정하여 법제도가 정비되어 있으나 1992년 북핵문제 돌출로 좌절된 곳이다.

나진ㆍ선봉특구에 진출하여 북한 북동부에 대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연해주와 만주지역으로 경제협력의 발판을 넓힐 수 있다면 우리경제 선진화에 큰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