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문엄) 2009. 7. 5. 20:32

장마전선


                               이외수 (1946~ )

흐린 날
누군가의 영혼이
내 관절 속에 들어와 울고 있다

내게서 버림받은 모든 것들은
내게서 아픔으로 못박히나니

이 세상 그늘진 어디 쯤에서
누군가 나를 이토록 사랑하는가

저린 뼈로 저린 뼈로 울고 있는가
대숲 가득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

 

 

누군가의 영혼이 장마전선이 되어 몰려오고 있다

장마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그대.
싫은가? 좋은가?
좋다면 그 연유를 얘기할 수 있는가?
싫다면 무엇이 어떻게 싫다는 것인가?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겠지. 장마를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다르겠지. 비는 사람의 감성을 묘하게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지만 그래도 지리한 장마를 좋아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겠지. 그러면서도 장마기의 음습함은 묘한 마력이 있지. 영 지긋지긋해서 떠나고 싶지만 결코 떠나보낼 수 없는 삶의 아릿한 아픔, 뭐 그런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는지 몰라.

누군가의 영혼이 장마전선으로 탈바꿈하여 그대 관절 속에 들어와 울고 있다면, 차라리 대숲 가득 쏟아지는 소낙비 소리나 원 없이 들어보는 것이 어떨는지 몰라.

 

 

   
▲ 장병훈 편집위원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