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문엄)
2009. 4. 27. 09:17
몸의 기억 - 목탁론 木鐸論
이명수
스님이 오랜만에 절집에 돌아오셨다
법당에 들어가 목탁을 치셨다
목탁이 제 소리를 내지 않았다
목탁도 자주 쳐 주지 않으면
제 소리를 잃고 만다
제가 목탁인 것을 잊은 것이다
꽹과리, 징도 쳐 주지 않으면
쇳소리를 잃고 만다
종도 사람도 그렇다
本色을 잃고 깨지고 만다
몸이 몸이 아닐 때
네 몸을 목탁처럼 쳐라
詩를 쓰지 않으면
몸이 시인인 것을 잊고 만다
그대는 본색本色을 잃고 깨지지는 않았느냐?
시인 이명수는 ‘울기 좋은 곳을 안다’라는 시를 가지고 있다. “울만한 곳이 없어 울어보지 못한 적이 있나 / 울음도 나이테처럼 포개져 몸의 결이 되지 ”라고 시작하는,
울음도 울어보지 못하면, 제 몸의 기억 중에서 떨어져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스님이 법당에서 목탁을 자주 쳐 주지 않으면, 목탁이 제가 목탁인 것을 잊어버리고 제 소리를 잃어버린단다.
그대는 지금 어디에서 본색本色을 잃어버리고, 자신을 놓아버리고 있는가? 그대의 本色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대 몸을 목탁처럼 두드려보시게. 그대를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생생하게 살아나는 本色의 울음소리 들려올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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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병훈 편집위원 |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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