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살며 사랑하며

가족을 위해 만든 강된장 찌개 ‘모두들 맛은 있다는데…’

이원석(문엄) 2009. 4. 19. 09:05

가족을 위해 만든 강된장 찌개 ‘모두들 맛은 있다는데…’
이원석 기자 ycnews24@hanmail.net

   

 

퇴근하면서 마트에 들러 청주와 호박을 샀다. 쇠고기와 멸치, 양파, 버섯, 된장, 고추 등 나머지 필요한 재료들은 집에 있었다.

아내에게 보조역할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어색했지만 앞치마를 두른 후 요리교실에서 듣고 메모한대로 진행했다. 보글보글 끓이고 나니 냄새는 좋은 것 같은데 요리교실에서 만들었던 것과는 좀 달라보였다.

   

 

내가 먼저 맛을 보고 아내와 아들에게 시식을 시켰더니 너무 맛있다고 했다. 며칠 전 요리교실에서 먹고 남아서 가져왔던 미삼 달래 겉저리를 꺼내놓고 식탁을 차렸다. 나는 배가 고팠기에 두 그릇을 비웠지만 먹성 좋은 아들과 아내는 한 그릇만 먹었다. 둘 다 맛은 좋다고 했는데 자세한 속은 모르겠다.

사실 결혼 내내 아내 생일날 미역국 한번 끓여주지 못했다. 할 줄 아는 음식이라곤 라면과 일명 ‘아빠 볶음밥’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요리를 배울 기회도 없었지만 취미도 없으니 그냥 해주는 음식만 먹고 용케도 17년간을 잘도 버텨왔다.

   

 

영천시여성복지회관에서 4월 9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에 가족사랑 아빠요리교실을 개강했다. 아내가 두 가지 음식 정도만 제대로 배워오라며 전화로 신청했고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첫 시간에는 못가고 16일 처음 가게 되었다.

수업 시간 직전까지 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간절히 바라는 아내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 여성복지회관으로 갔더니 20여명의 수강생들이 미리 와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많이 낯설었지만 조경희 관장님과 직원들이 친절하게 맞이해주었고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분들도 여러분 계셔서 분위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젊은 아빠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50대로 보이는 분들이 많았고 70대도 보였다. 우리 조 5명중에서 40대 중반인 내가 가장 막내였다. 아마도 아내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노후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시간에는 요리에 전혀 자신이 없어서 미삼을 반으로 자르는 일을 맡았고 마지막에 설거지만 했기에 이날 배운 요리인 ‘강된장 찌개’와 ‘미삼 달래 겉절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잘 몰랐다.

   

 

아내의 애교에 내가 저녁을 해주겠다며 큰소리를 치고 대충 만든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니 가족들을 위해 뭔가 큰일을 한 것 같고 나로 인해 작은 행복이 쌓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고등학교 기숙사에 가있는 큰아들이 빠졌지만 다음 주에는 보쌈과 보쌈김치 만드는 법을 잘 배워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제대로 된 식탁을 차려야겠다.

 

영천뉴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