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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서석지정원, 주실마을, 분재연구원 등(보뇌르님)

이원석(문엄) 2007. 4. 22. 04:32

【답 사 지】영양서석지, 주실마을, 송소고택, 영양고추박물관, 영양분재연구원
【답 사 일】2004년 9월 11일~9월 12일
【답사주제】경북민가정원의 백미 서석지정원
           - 흐르는 물을 이용한 연못기법의 활용과 옛집에서의 1박

【집 결 지】송소고택
【집결시간】9월 11일 20:30
【답사의도】정원이라 불리는 공간에 각자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 한정된 공간에 자신의 사상과 뜻을 표현한 대표적인 공간인 서석지를 둘러봄으로써 우리 유산에 대한 새삼스러운 애정을 느껴보고자 한다.

【찾아가기】




[ 9월 11일 토요일 ]




20:30 숙소집결 및 인원확인작업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한 '우리얼'이라는 색채 강한 이름에 이끌려 무엇을 하는 곳인지 뒤지다가 옛집에서의 1박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단번에 이 모임에 들기로 결정했다.

 

목적지가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떠나서 그 낯선 광경들에 이끌리기도 하고 당혹해 하기도 하면서 즐기는 것이 여행이라면, 백암에서 청송으로 가는 길은, 따뜻한 동해안 지역보다 지역적으로 차가운 영양 지역의 누렇게 색깔이 밴 가을들녁의 광경과, 아담한 산천의 모습에 대한 감상이었다.

 

집결예정 시간인 8시 30분보다 2시간 반 남짓 일찍 도착한 고택은, 티브이 사극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양반가의 장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집결시간까지 고적한 낯선 고가에 앉아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단번에 인연이 닿게 된 사람들을 기다리는 일은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는 여행만큼이나 설레고 묘한 기분을 주었다. 차례로 도착하는 사람들(레모네이드, 고구마, 발해, 풍경, 곱돌(필), 호빵 님)과 인사를 나누면서 문화유적을 사랑하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유쾌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8시 30분이 지나고 모든 인원이 길쭉한 별당채의 방 하나를 가득 채우자 웃음꽃이 피어나고 길동무의 공식답사 일정이 시작되었다.


21:00 세미나(정원문화에 대한 고찰 및 답사지 연구)

답사할 지역에 대한 공부 정도는 숙지하고 왔지만 제법 페이지수를 갖춘 논문집이 각자에게 전달되면서, 가볍게 여겨졌던 마음에 고무줄 당기듯 긴장이 바짝 된다.

 

"이건 마치 대학 때의 스터디 모임 같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공식답사기록을 맡으라고 하니, 정신은 아뜩해지고 당황한 기색은 역력하다.

 

논문집에는 복잡한 한자들로 가득하다. 어디는 보고, 어디는 건너뛰라는 것인지 내용 숙지 이전에 글자들을 따라가기 바쁘다. 논문은 이번 답사의 주된 방문 지역인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에 위치한 석문 정영방이 조영하고 그의 학문세계를 외부적으로 구현한 별서정원, 서석지에 대한 고찰과, 조선시대 주거공간에 대한 사전연구이다.

'서석지원의 조영배경과 공간구성'이라는 제명의 첫 번째 논문은, 이전의 연구들이 서석지원의 물리적인 형태 및 경관의 특성을 밝히는 데 비중을 두고 있어 정작 정원을 조성할 당시 작정자의 의도나 사상을 다룬 부분이 미비한 데에 동기부여를 얻어, 정영방의 조영의식을 파악하고 그의 조영의식이 서석지원의 물리적인 공간에 투영된 양상을 살피는 데 그 주 목적이 있다.

두 번째 논문은 '조선시대 상류주택의 공간조영 사상에 대한 연구'라는 제명으로, 조선시대 주택에 있어 주거공간이 조영사상과 유기적 관계를 가지는 조경요소와 구성원리 및 체계에 대한 고찰을 하고, 연구대상지에 대한 조사, 분석, 해석을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조선시대 주택은, 인간과 자연과의 균형이라는 자연주의 사상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변화있는 지세에 주택공간이 자리하게 되고 주택의 배치에 있어서도 주변 산세에 잘 조화되고 일조에 유리한 방위를 갖게 된다.

 

사상적으로는 무위자연을 기초로 하는 노장사상, 공리적 신앙에 근거를 둔 신선사상, 음과 양의 상관관계를 기본개념으로 하는 음양오행사상, 이론적 근거를 생기에 두고 자연을 해석하고자 하는 풍수사상, 공간의 분화 및 신분제도에 의한 위계서를 반영한 유교사상, 천, 지, 인의 관계를 기본원리로 한 삼재사상 등이 자연환경 요건에 접목되면서 주거공간 조영에 영향을 주었다.

거의 2시간가량의 세미나 있은 후 거나하게 술판이 벌어지고, 영덕바다를 거쳐 온 두 분이 가져온 대게가 이 잔치의 희생양(?)이 되었다. 2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배당된 2마리의 대게는 사람들의 손을 거쳐 가면서 낱낱이 해체되어 여흥을 위해 제 몸을 희생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고, 어떤 사람들은 휘영청 뜬 달(아마 뜨지 않았을까?)을 보며 고택에서의 밤의 서정에 젖는다.



[ 9월 12일 일요일 ]







07:30 기상 및 잠자리 정리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은 사람들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촬영지인 주산지를 보러 떠나고, 늦게까지 잠을 자다 깬 사람들은 방안을 정리하고, 아담한 동네도 한바퀴 구경한다.


08:00 아침식사


09:00 송소고택 둘러보기

심처대 7대손 송소 심호택의 집으로서 덕천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송소고택은 조선후기 상류주택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송소고택은 건립 당시 규모가 99칸이었으며 집 전체는 ㅁ 자형으로 남동향집으로, 대문채와 큰사랑채, 작은 사랑채, 안채, 별당으로 구성되어 장대하고 격식을 갖추고 있으며, 각 채는 독립된 마당을 갖고 있다.

 

대문으로 들어서면 우선 눈에 띄는 내외벽은 벽의 구실을 하지 않으면서도 시선을 중앙으로 집중시켜 안쪽을 차단하는 효과를 지닌다.

 

또한 큰 사랑채와 작은 사랑채의 경계 구실을 하여 위계를 세우는 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 내외벽을 기준으로 이 집의 좌측과 우측은 좌우대칭이면서 비대칭의 형태를 띠는데, 그것은 좌측에서는 문이 공간 사이를 막고 있지만, 우측에서는 공간이 트여 있는 형상을 지니기 때문이다.

마당 안에는 작은 나무와 괴석이 자리하고 있는 데, 이는 산의 개념을 구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별채는 여러 개의 문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폐쇄적 공간으로서, 미혼인 딸에 대한 집안의 배려(?)를 엿보게 한다.

 

별채와 사랑채에서는 문에서도 구분이 가능한데, 그것은 남자들을 위해서는 소슬대문이, 여자들을 위해서는 평대문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의 특징적인 부분은 굴뚝인데, 이 굴뚝은 지붕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연가'라는 명칭에서 '가'는 집가 자를 의미한다.

물길 또한 눈길을 끄는 부분인데, 이 물길을 집 바깥에서 시작되어 담을 뚫고 집안을 가로질러 다시 집밖으로 나가게 되어 있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배수 처리를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뒷정원에는 여러 나무들이 조성되어 있는데, 대나무는 시각적으로 열려 있으면서도 닫혀 있는 효과를 연출함으로써 한국적 미를 보여주며, 오동나무는 딸을 낳았을 때 심어서 딸이 시집갈 때 장롱으로 해준다고 한다.

 

부엌의 위에는 창살이 있는데, 이것은 환기를 위해서이며 높은 곳에 위치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손이 닿지 못하는 다락의 기능을 수행한다.


10:00 입암 서석지로 출발


10:30 서석지 둘러보기




서석지는, 정영방 선생(1577~1650)이 '자연 인간합일 사상'을 토대로 만든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 유적으로서, 우리나라 조경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윤선도가 전남 완도에 만든[부용원], 전남 담양에 있는[소쇄원]과 더불어 3대국 정원으로 꼽히고 있다.

서석지의 공간은 크게 경정과 주일재가 위치한 사랑 공간과 살림채 건물이 들어선 살림공간, 그리고 정문을 중심으로 한 진입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입공간은 옆으로 틀어서 만들어져 있어서 시선차단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문은 소슬대문이다.

 

서석지 주변을 둘러싸는 담 중간에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는데, 은행나무를 옮기지 않고 그것을 이어서 담을 만든 것은 자연의 원리에 순응한다는 조선시대 건축의 특징을 엿보게 한다.

조선시대 정원의 특징은 담 안의 공간뿐 아니라 담 밖의 공간까지 빌려온다는 데(차경) 그 특징이 있는데, 서석지는 차경이라고 하기에는 폐쇄적인 느낌이 든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공간인 사랑공간은, 방형의 지당을 중심으로 북서쪽에 주일재가 세워져 있고 북동쪽으로는 경정이 자리하고 있다.

 

맞배지붕을 한 주일재는 좌측에 마루와 우측에 2개의 방이 몰려 있는 편심형 건물이고, 팔작 기와지붕을 한 경정은 방이 건물의 좌우로 분리되어 있고 마루가 중심에 위치하는 분리형의 평면구조를 가지고 있는 정자이다.

 

마당 중앙에 들어선 지당은 주일재 앞에 송, 죽, 매, 국이 심어진 사우단이 못 안쪽으로 돌출됨으로써 전체 모양이 ㄷ 자 형태를 띠고 있다. 지당 내에 위치한 60여개의 돌들은 수면 이로 드러나 경석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90퍼센트 이상이 지당의 남동쪽에 분포되어 있다.

정영방은 서석지원을 조영하면서 각각의 공간구성 요소에 명명을 하고 시문에 내용을 담음으로써 그의 사상과 철학을 공간상에 나타내었는데, '경정자영'의 시문 내용을 분석할 결과 내재된 상징적 의미는 유가적인 사상과 도가적인 사상이 양립되어 나타난다.

 

공간상 투영된 유가적 사상은 정영방이 지닌 출세지의의 유가적 성품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며, 도가적 사상은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나타나는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서석지원은 이 양대 사상이 공간상에 혼재되어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12:00 점심식사


13:00 고추박물관, 분재연구원 방문

고추박물관에서는 고추의 갖가지 품종과, 고추로 만들 수 있는 음식, 고추가 자라나는 데 적합한 자연 환경 등을 테마로 다양한 기획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분재연구원에서도 정성껏 가꾸어진 아름다운 분재들이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이 두 곳은 서로 마주하고 있어서 영양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한번쯤 들러볼 만 해보였다.


14:00 주실마을(조지훈 생가) 방문

조지훈(1920~1968 본명은 동탁)은 시인이요 국문학자로 본관은 한양, 호는 지훈, 한의학자로서 제헌 및 2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헌영의 4남매 중 둘째 아들로 일월면 주곡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청록집, 승무, 봉황수, 풀잎단장, 조지훈시선, 역사 앞에서]등 많은 시집을 남겼으며, 생가는 영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주실'이란 마을이 조지훈이 탄생한 태실이다(경상북도 유형문화재 172호).

 

마을 입구에 '빛을 찾아가는 길'이 새겨진 조지훈의 시비가 세워져 있으며, 생가 인근에는 조지훈이 어렸을 때 수학했던 월록서당이 남아 있다.

이곳은 마을 입구의 숲이 특징적인데, 마을 숲의 역할은, 첫 번째로 북쪽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두 번째로 산에서 내려오는 정기를 끌어 내려오는 역할이며, 세 번째로 숲 조성의 의미를 지니고 있고, 네 번째로 산과 더불어 공동체의 테두리가 된다.


15:00 마무리인사 후 영양터미널로 이동

조지훈 생가에서 이번 답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운 사람들의 소감과 인사가 있었다. 그리고 이로써 공식답사일정이 끝이 났다.